수상한 고객들
고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가수 비의 나쁜 남자와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등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조진모 감독의 첫 데뷔작인 <수상한 고객들>은 보험업계의 보험왕 배병우(류승범)의 절대절명의 위기극복 프로젝트를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단독주연으로 나선 배우 류승범의 좌충우돌 활약이 돋보인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수상한 고객들을 등장시켜 힘들지만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보험가입을 하게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들의 고통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영화속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있는 문제점들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기도 하는데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영탁(임주환)에게선 장애인들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을 보여주고 소녀가장 소연(윤하)남매의 이야기 속 에는 용산 철거민 사건이 연상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요즘 늘어나고 있는 자녀들의 해외유학으로 인해 홀로남겨진 기러기 아빠의 외로움은 박철민이 상열로 분하여 보여주는데 그의 진지하며 차분한모습은 코믹했던 이전작품들과는 대조되는 변신으로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연봉10억! 못하면 넌 짐승!!
영화<수상한 고객들>은 보험과 관련된 자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서민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다루지만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코믹배우들의 출연으로 무거운 분위기에 활력을 주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자살을 막기위한 보험왕 배병우의 활기차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 류승범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기도 하였다.
한때는 야구계를 주름잡던 명투수로 활약을했지만, 지금은 보험왕 타이틀을 획득할만큼 업계에서는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며 연봉 10억을 꿈꾸는 상위 1%의 보험설계사를 꿈꾸고있다.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배병우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상한 고객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큰 걸림돌 이고 출세를 가로막는 위기의 순간이기도 하다.
이 전 고객의 자살로 자살방조혐의 까지 받고 있는 그에게 얼마전 계약한 4명의 고객들은 의심스럽기만 하고 그들의 찜찜한 계약을 해지시켜야만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된다. 4인4색의 다양한 고객을 상대해야하는 류승범(병우 역할)은 장소와 인물들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로 웃음을 주기도 하고 때론 감동과 슬픔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그들과의 자연스럽 호흡은 영화의 맥을 이어가는 중요한 포인트 이기도 하다.
4인의 보험가입자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은 병우를 통해 다른이들의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지고,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병우라는 인물을 통해 하나가 되며 잔잔한 감동의 스토리를 완성시켜 주었다.

기러기 아빠들의 안타까운 현실
수상한 고객들중 보험가입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되는 기러기 아빠 오상열(박철민)은 딸의 공부를 위해 부인과딸을 미국에 보내고 혼자 생활하고 있지만 명예퇴직까지 당하면서 힘겨운 삶을 살아 가고 있다. 1990년대 말에 유행된 조기유학 열풍으로 가족들을 해외로 보낸후 혼자 생활하는 아빠를 기러기 아빠라는 말로 불리우게 됬는데, 열심히 일해서 일년에 한 두 번씩 가족들이 있는 외국으로 날아간다는 것이 철새인 기러기의 생태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극 중 상열은 가끔 통화하는 딸의 목소리를 듣는것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위안 받기도 하지만 딸은 그런 심정조차도 배려하지 못하며 자신의 바쁜 생활에 방해가 되는 아버지의 통화를 짜증스럽게 받아들인다.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질땐 자신이 돈버는 기계로 전락한 느낌과 자괴감까지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기러기 아빠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대다수의 아빠들은 일에 지치고 외로운 생활을 하고있기도 하다. 영화속 상열(박철민)의 어리석은 판단은 큰 화를 범할수 있었지만 결국 그를 구원해준것은 명예도 횡재도 아닌 가족들의 말 한마디 였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따뜻한 격려의 말은 지친 아빠들에게 활력을 주는 크나 큰 위로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감미로운 음색의 가수 윤하와 천재 기타리스트 정성하의 열연
고금리의 사채를 쓸 수 밖에없는 서민들의 아픔을 보여주는 소녀가장 안소연(윤하)과 천재 기타리스트 인혁(정성하)은 사채를 쓰고 도피 해버린 무책임한 부모들로 인해 집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며 폐차직전의 버스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채업자들의 끈임없는 추적으로 인한 압박감은 정상적인 인혁을 휠체어에 생활하게 하며 그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안타까운 행동까지 하게 된다.
실제 가수인 윤하와 최근 유튜브 조회수 8억을 돌파한 천재 기타리스트 정성하는 극 중에서도 가수와 기타리스트 역할을 맡게 되었고 덕분에 윤하의 감미로운 음악과 정성하의 천재적인 기타연주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안겨주기도 한다. 영화 속 윤하의 기타연주와 음악은 힘겨운 이들의 일상과 맞물려 애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또, 가수가 되고 싶은 소연의 꿈은 사채업자들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변함없이 이어지게 되는데 가수 데뷔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교시절 자퇴까지 망설이지 않았던 가수 윤하의 데뷔 사연을 알게된다면 윤하가 열연해준 소연의 절실함은 안타깝기만 하다.

따뜻한 봄을 꿈꾸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열악한 현실
동료들과의 막걸리 한잔에도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환경미화원은 소매치기의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며, 복순(정선경)은 남편이 하던 환경미화원을 이어 받아 하게 된다. 아이 넷을 키우며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한다는건 힘들고 벅찬일이지만 몸살이 나도 몸이 부서질듯 아파도 혼자남겨진 복순은 아이들을 위해선 어쩔수 없이 견뎌내야만 하는 현실이 되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사회적여건도 좋아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머니의 역할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그로 인한 부담감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극 중 복순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며 힘들게 살아가지만 큰딸은 가난한 가정환경을 원망하며 방황하게되고 결국 어머니 복순에게 해서는 안될 말로 가슴에 큰 상처를 안겨주게 된다. 아이들을 냉험한 현실 속에 버려두고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복순의 심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비로 적셔진 도시의 풍경은 암울하기만 하고, 한없이 흘러내리는 복순의 눈물은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겪어왔던 앞으로 겪어가야할 아픔이기도 할것이다.

감독도 알아보지 못했던 꽃 거지 임주환의 완벽 변신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서는 배우 박철민의 진지모드 파격변신이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는 배우 임주환의 꽃거지 역할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누나(김영미)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뒤 형탁(임주환)은 앓고있던 "뚜렛증후군"이 더 심해지고 취직도 힘들어지자 지하철에서 노숙하며 생활 하게 된다. 형탁이 앓고 있는 뚜렛증후군을 비하하는것이 아니냐는 말도 많았지만 영화를 보게되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왔던 "뚜렛증후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고 병으로 인해 고통받고있는 이들의 아픔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곳곳에 반전들이 숨겨져있어 보는재미를 더하게해주는데, 자살을 막기위한 병우(류승범)와 형탁(임주환)의 지하철 장면은 긴박한상황을 빠른 영상과 함께 실감나게 표현해주기도 하였다. 지하철 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장소로 을지로 입구 역이 정해졌지만 갑작스런 공사 일정으로 여러곳의 지하철역을 다니며 셋팅하고 철거하고를 반복한 끝에 어려운 촬영을 하게 되었고, 실제 노숙인들과의 마찰로 촬영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노숙자들의 큰형님이라 할수있는 홍대장님 의 도움으로 촬영을 마무리 하게되었고 촬영내내 촬영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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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의 폭소만발 코믹연기를 감상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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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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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0억, 못하면 X새끼’라는 말을 되새기며, 아침을 맞이하는 보험왕 배병우(류승범). 어느 날 그에게 꿈을 이뤄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다니던 회사를 정리한다. 허나 그 때 사고가 터진다. 전날 만났던 고객이 자살을 한 거다. 병우는 자살방조혐의로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에 감사까지 뜬다. 그는 허겁지겁 문제가 될 만한 서류가 없는지 확인한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전 회사에 같이 근무했던 오부장(박철민)의 권유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서류가 떡 하니 발견된다. 병우는 감사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이들을 일일이 찾아가 보험을 연금으로 바꾸는 일생일대 최대의 작전을 펼친다. 역시 류승범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상한 고객들>은 류승범의 연기가 8할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전직 야구선수 출신인 보험사원 병우는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방자전>의 이몽룡이나 <부당거래>의 주양과 그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병우는 이들과 달리 인간미가 넘친다. 온갖 감언이설로 문제가 된 고객들의 생명보험을 연금으로 바꾸려 하지만, 어느덧 병우는 9회 말에 투입된 구원투수처럼 이들의 삶을 구원해주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병우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담당하는 인물은 그에게 생명보험을 든 고객들이다. 기러기 아빠 오부장, 소녀가장 소연(윤하), ‘틱’장애를 앓고 있는 영탁(임주환), 그리고 남편 없이 홀로 애 넷을 키우는 복순(정선경)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를 꽉 채운다. 병우는 네 인물들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변자 역할인 셈. 감독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병우라는 인물을 통해 전한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든든한 보험을 믿고 인생의 끈을 놓지 말라는 교훈을 남긴다. 오로지 왁자지껄 웃고 싶어서 영화를 선택할 관객이라면, 그 선택은 유보하길 바란다. 류승범·성동일 콤비의 유머가 간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수상한 고객들>은 웃음보다는 드라마에 역점을 둔 작품이다. <1번가의 기적>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시나리오를 쓴 유성협 작가는 이번에도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실상을 데러와, 공감대 있는 현실의 무게감을 싣는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 해피엔딩으로 귀결하려는 노력은 아쉬움을 남긴다.
2011년 4월 16일 토요일 | 글_김한규 기자 ( zzack08@movi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