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오
6/45,2022

2011년도에 나온 장근석, 김하늘 주연의 영화 너는 펫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보다는 오히려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흥행에 더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었던 작품이다.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인기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함축해서 풀어내야만 하는 영화적인 특성에는 잘 맞지 않은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고 길게 흐름을 이어가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는 그래서 드라마에 더 잘 어울리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영화 육사오 역시도 드라마로 만들기에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것이 영화 육사오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이 영화는 성공한 한국 코미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마치 공동경비구역 JSA를 떠오르게 만드는 이 영화는 현빈,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도 많이 닮은 듯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또한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는 기존의 드라마(사랑의 불시착)를 모방하는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기에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운명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1등 로또 용지로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뒤바뀌는 설정은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는 내용이지만, 이것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 그들 사이를 연결하는 소재로 활용된다는 설정은 결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기막힌 우연을 활용한 이야기의 전개는 상당히 빠르고 순탄하게 이어지며 중반부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여기엔 배우들의 좋은 연기력도 한몫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은 그들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결국 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력 때문이었다고 확신하며 중후반부에 살짝 떨어지는 에너지도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매력을 통해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 로또를 돈으로 환전하는 상황에서 바지를 부여잡으며 변태와 바보 그 중간 어딘가를 연기하던 곽동연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아름다운 외모와 놀라운 연기력을 통해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 박세완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띈 배우였다고 생각된다. 다른 배우들은 따로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웠던 부분을 지적해보자면 좀 더 길게 풀어도 좋았을 이야기들을 아주 짧게 맛보기 형식으로만 보여주고 있다는 점! 가령 남한의 박천우(고경표)와 북한의 리연희(박세완)의 사랑 이야기는 각자의 진영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그 시점부터 복선을 깔아두고 있음에도 이를 흥미롭게 이어갈 만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그 부분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엔 없다. 게다가 북한의 군인 리용호(이이경)가 남한에서 정체를 숨긴 채 활약하는 장면(박천우가 북한에서 활약하는 장면 역시)도 더 다양하게 그려낼 수 있었음에도 그럴 시간은 너무나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이며, 여기엔 극장 티켓 가격의 상승과 같은 요인들도 큰 문젯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기왕 같은 가격에 영화를 골라야 한다면 더 인기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돈 많이 쓴 영화를 선택하고 싶을 것이고 육사오와 같은 로또와도 같은 영화는 선뜻 선택하기 힘들 것이다. 아마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를 선택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굉장히 놀라운 선구안을 지닌 이들이 아니었을까!

모든 영화는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모든 영화는 동일한 비용으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라도 영화 티켓 가격은 유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은 곧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
|
 |
코미디 영화 좋아하는 사람.
연기력 좋은 배우들의 열연이 보고 싶다면..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감독: 박규태배우: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장르: 코미디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3분 개봉: 8월 24일 간단평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 하지만 순간의 실수로 로또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다. 우연히 남쪽에서 넘어온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북한 병사 ‘용호’(이이경)는 그날 밤 로또를 찾으러 온 ‘천우’와 맞닥뜨리고, 남북한의 군사들은 당첨금 57억을 사수하기 위해 3대 3 팀을 결성하는데. <육사오(6/45)>는 < 공동경비구역 JSA >(2000)와 마찬가지로 군사분계점을 사이에 둔 남북 군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다. 같은 뿌리를 갖고 비슷한 말을 쓰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른 남북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웃음, 우연에 우연이 겹쳐 생긴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중심이다. 고경표와 이이경을 비롯해 음문석, 곽동연 등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들의 귀재들이 모였고 최근 유튜버 장삐쭈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군대 드라마 <신병>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 김민석도 합류했다. 올 여름 유일한 한국 코미디 영화인 데다 평소 맛깔스러운 감초 역할로 호감 이미지를 쌓아온 배우진 조합에 부푼 기대도 잠시,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허무맹랑한 스토리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개그에 기대가 한풀 꺾이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자극 없이 순한 코미디와 로또로 ‘남북은 하나’를 몸소 실천하는 캐릭터들을 보며 지친 일상 속 작은 위안과 소소한 웃음을 얻을 수는 있겠다. <달마야 놀자>(2001), <박수건달>(2013)의 각본을 쓰고 <날아라 허동구>(2007)로 연출 데뷔한 박규태 감독이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2022년 8월 24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