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There is an Alien Here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세계에 창궐하며 현실이 SF가 되었다. 그래서 서점가에는 SF 소설이 많이 팔렸고 많이 읽혔으며 한국형 SF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승리호에서도 로봇의 이름은 업동이, 아이의 이름은 꽃님이라는 한국의 토속 이름이 등장하기에 더 이상 우주 SF도 서양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이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도 외계인이라는 이름으로 SF를 말하고 있지만 SF 이전에 외계인의 습격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일어나는 연극적 요소로 재밌는 한 편의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있다.

때는 2020년 혹은 2021년 현재,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고 지구인들은 하나둘 사라진다. 외계인 연구회라는 동호회 멤버들은 지하 벙커로 모여들게 되는데 리더 민두환 아래에 개성 강한 회원들이 하나둘 합류한다.
외부의 위험을 피해 모여든 이 사람들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에 대해서 의지하고 위로할 마음은 없는 듯 회원이 아닌 사람이 공간에 함께 있는 것에 불만을 표하거나 서로 싸움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외계인 연구회 라는 동호회라는 것은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말도 떠돈다. 불안한 상황에서 점차 소문의 진위에 대해서 의심하게 되고 회원들은 이 상황 자체에 혼돈을 빚게 된다.
이 때 벙커 안으로 외계인이 스며드는데 외계인은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 영혼을 잠식하고, 그 인간은 외계인으로 점차 변모해 간다고 한다. 또한 원래 인간의 갖고 있던 병이 자연 치료되고 건강해진다고도 한다. 모여든 동호회 사람들은 외계인이 누구의 몸에 들어갔는지, 이제 그 누구를 찾아야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대체 누가 외계인일까?
한편의 연극과 같은 좁은 벙커 공간에서 영화는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에 의지하며 진행해 나간다. 특별한 액션도 특출한 소재도 없다. 영화는 3일만에 촬영해서 만들었다고 마지막 크레딧에서 보여주듯 매우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예산영화라고 싸구려 영화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재치있는 대사와 배우들이 열정으로 보여주는 연기가 모인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영화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맨 프럼 어스의 경우 대학 교수의 환송회에 모인 동료 교사들의 대화로 영화의 상영시간이 대부분을 채워가는데 이 또한 수많은 대사와 대화 속에서 실로 놀라운 진실의 탐험을 해나가며 지금도 칭찬이 자자한 영화로 남았다. 방대한 역사 지식과 인류 철학, 게다가 종교와의 접목으로 관객의 집중을 이끌어 내면서 그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영리한 영화이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이 영화도 짧은 러닝타임을 활용하면서 충분히 관객의 집중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결국 밝혀지는 외계인의 존재, 그 허탈하면서 반전의 결말에 도달하게 되면 3일만에 촬영해서 완성했다고 하는 영화의 선언이 자신감으로 돋보이게 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왕좌왕하며 서로를 의심하고 되는대로 현재 상황을 탈피하려는 인물들을 피드백하는 장면에서 반전의 반전 영화를 탐색하게 하지만 성공지점은 사실 그게 아니라 그 때까지 달려왔던 인물들의 대사와 자기 위치에서 최선의 자세로 유지했던 캐릭터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아마도 2003년에 출시한 한국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떠올리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당시에는 악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평으로 바뀌면서 꼼꼼하게 다시 봐야할 중요한 영화로 위치한다. 외계인이라고 의심하는 인물을 잡아두고 때수건을 밀며 고문하는 장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로 헛웃음을 나오게 했지만 일반 지구인으로 할 수 있는 현실적 자세나 영화의 말미에서 보여주는 반전아닌 반전은 한국 SF 영화의 중요한 한 축을 보여주는 영화로 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했다. 아마 이 영화도 시간이 지나면 한국 SF 영화의 에피소드를 말할 때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은 예상이 든다. 배우들의 참신함과 장면과 장면을 이어가는 재치 있는 입담들은 1시간 조금 넘게 진행되는 러닝타임을 무료하지 않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우주 전쟁을 배경으로 한 SF영화가 지루하다면 지구의 벙커 안에서 일어나는 지구인들, 한국인들의 본 모습은 어떨까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외계인이 누굴까 맞춰보는 추리 아닌 추리의 시간을 가지면서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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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외계인 소동극을 좋아하는 분
짧지만 강렬한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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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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