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무원이다
Dangerously Excited, 2011
2012년 여름,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가 개봉 할 당시 배우 윤제문의 인기는 최고조였다. 그 간 수 많은 작품에서 악역으로 무게감을 더했던 윤제문은 이 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중년 배우의 발견과 동시에 수 많은 화제를 낳고 이슈가 되면서 그의 주가는 급 상승하고 있었다. 수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이었던 그의 첫 주연작인 <나는 공무원이다>는 더불어 관객들의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다.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는 큰 제작비 없이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윤제문의 힘인지는 몰라도 저예산 상업 영화임에도 의외로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사실상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영화의 주 내용은 이렇다. 마포구청 공무원인 대희(윤제문)는 공무원 7년차인 본인의 직업에 매우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 어떤 모험도 하지 않고 오로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그의 최대 목표이자 그의 일상이다. 정시 출근에 정시 퇴근하며 집에서 유재석과 강호동을 친구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잠이 드는 것이 그가 느끼는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집 지하에 연습실을 둔 젊은 인디밴드들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되고, 갈등을 중심으로 감독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큰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면 매우 상반되는 두 인물이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우는 40대 공무원과 신의 직장을 꿈꾸기도 하는 젊은 20대. 사회 비판적 영화일 수 있으나 영화는 그러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공무원"의 직업은 어느새 나랏일을 하는 사람의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닌 더 큰 의미를 가졌다.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젊은 우리는 갈 곳 없는 취업난에 공무원은 그저 대기업 임원 보다 부러운 직업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고 심지어 무궁무진한 꿈을 펼쳐야 할 어린 학생들의 꿈에도 공무원이 등장하는 것이 그 것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
극 중 대희가 그의 직업에 매우 만족해하며 사는 모습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직업은 어디가서 결코 무시당하지도 않고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러한 모습을 비판하지 않는다. 가령 예를 들면, 공무원의 삶을 낱낱히 파헤쳐 단점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젊은 인디밴드들의 꿈을 응원한다거나 그 들의 삶을 나무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기 넘치는 20대 인디밴드들은 연습할 공간도 없어 전전긍긍하지만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고 없는 돈이지만 값싼 안주에 소주한잔하는 것에 즐거워했다. 반대로 대희 역시 어릴 적 음악을 사랑했고 한 때 베이스도 좀 튕겼던 인물이지만 지금의 평온한 삶에 그 어떤 불만도 없다.
이렇듯 서로의 꿈을 비교하거나 그 어느 쪽으로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흥행 요소는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임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전이 없으면 어떻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냥 보여주는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영화 처럼. 영화는 그 들의 삶에 녹아들어 그 들을 대변하며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영화가 너무나도 평화롭고 느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좋았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영화의 제목은 원래 <위험한 흥분(Dangerous Exited)> 였다. 심지어 "위험한 흥분"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지만 이 후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위험한 흥분..왜 위험한 흥분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와닿는 부분은 없다. 상반된 두 인물의 감정적 흥분이 서로의 꿈을 흔들까봐 위험하다는 것일까? 라는 정도로만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예상컨대, 지금의 제목은 당시 인기있었던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싶다. 각자의 자부심을 갖는 가수들이 서로 대결을 펼치는 당시 인기 프로그램을 토대로 서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두 인물의 모습을 그리려한 것이 아닐까? 특히 공무원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대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듯 말이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보니 중간 중간 들려오는 밴드의 음악은 영화의 완성도를 충분히 높였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가 길고 평화롭듯 영화를 이어가는 리듬감이 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영화 초반 수다스러운 윤제문이 본인의 일상을 나래이션 처럼 나열하는 부분이 초반 주요 리듬이었다면 중반 리듬을 넘겨 받은 밴드의 등장은 다소 중반을 이끌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수 많은 작품에서 악역을 도맡으며 무서운(?)존재 였던 윤제문이 던지는 유머는 색다른 웃음을 안겨주듯 그의 첫 주연작 만큼이나 그의 노력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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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문을 좋아하는 사람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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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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