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START-UP,2019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10대 청소년인 택일과 상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학교생활에 흥미도 느끼지 못하며, 미래의 꿈이나 열정도 없지만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그러나 택일은 어머니와의 갈등이 깊어져 가출을 시도하고, 상필은 혼자 남은 할머니를 모시기 위해 동네에 남게 되면서 항상 붙어 다닐 줄 알았던 두 사람은 헤어진다.

어머니와 싸우고 홧김에 뛰쳐나온 택일에게 어떤 계획이 있을 리 없다. 만원으로 갈 수 있는 아무 데나, 라는 대사는 택일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무런 목적도 계획도 없이 그저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의 택일. 오토바이를 타는 일을 즐거워하던 그는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장풍반점에 취직하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요식배달업체가 전문 라이더를 고용하는 요즘,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구하고 숙식제공까지 한다는 설정은 다소 시대상에 뒤처져 있지만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은 아니다.

장풍반점에는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분위기를 뿜어내는 주방장 거석이형이 있다. 해당 배역을 연기한 마동석의 압도적인 페이스와 핑크색의 상의 단발머리의 조화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자연스럽다. 마동석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일 수 있으나, 판에 박힌 액션 캐릭터가 지겨운 관객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택일은 장풍반점에서 받은 첫 월급을 가지고 고향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동네를 떠난 사이, 폭력조직에서 일수 일을 하고 있는 상필과 만난다. 택일은 상필에게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상필은 친구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상필이 해당 일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영화 속에서 꾸준히 설명되고 있다. 상필은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잘 살기 위해서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가지려고 한다. 그 선택이 사채업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택일은 어머니의 토스트 가게를 찾아가 자기가 번 월급을 내놓는다. 그러나 택일이 돌아간 곳은 집이 아닌 장풍반점이다. 택일은 장풍반점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돈도 벌고, 거석이형을 비롯한 직원들과 교류하며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 어떤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고 겉돌던 택일에게는 장풍반점이 집처럼, 학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처음에는 죽어라 반항하고 싸웠던 거석이형과의 관계도 믿음직한 가족으로 발전한다.

택일의 모친은 과거 배구선수로 활약했으나, 지금은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가게는 사채의 도움을 빌려서 낸 가게로, 심지어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이 사실로 인해 택일과 상필은 사채업자들에게 두들겨 맞는 수모를 당한다. 현실이었다면 매우 피폐하고 암담했을 상황이 코미디 영화라는 장르 위에서 그나마 덜 무섭게 다가온다.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도 매우 온후한 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개그가 빵빵 터지는 코미디 영화다.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 있다. 비록 등장인물들의 서사는 현실적이고 사뭇 암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뭐라도 해 나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있다. 비슷한 장르의 추천영화로는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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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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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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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정열배우: 박정민, 정해인, 마동석, 염정아, 윤경호, 최성은장르: 드라마등급: 15세 관람가시간: 102분 개봉: 12월 18일 간단평인생이 성에 차지 않는 고등학생 ‘택일’(박정민)과 ‘상필’(정해인)은 다 무너져가는 오토바이 한 대의 희미한 시동을 동력 삼아 거리를 배회한다. 무엇인지 굳게 마음먹은 ‘택일’은 엄마(염정아)가 있는 서울 떠나 군산으로 향한다. 비범한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이 머무는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시작하고 가출한 또래 ‘경주’(최성은)를 만난다. 한편 ‘상필’은 아는 형(윤경호)를 따라 사채업에 발을 들인다. 고생과 굴욕 끝에 한 뼘 성장하는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예고하는 <시동>은 다만 굵직한 에피소드나 확실한 기승전결을 담보하는 흔한 드라마는 아니다. 서사를 따르기보다는 특색 있는 캐릭터가 빚어내는 단발적인 웃음에 집중한다. 단발머리의 귀여운 ‘거석이형’을 연기한 마동석이 트와이스 춤을 추는데 관객이 피식 웃지 않고 배길까. 박정민-마동석의 치고받는 대사와 액션, ‘경주’역의 신인 배우 최성은이 보여주는 민첩한 몸놀림은 영화를 향한 관객의 흥미를 끌어 올린다.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 호흡은 꽤 낯설 수 있다. 정해인이 연기한 ‘상필’ 캐릭터를 비롯한 몇몇 등장인물의 활용법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추상적인 명제를 또렷하게 드러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웹툰 작가 조금산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 했다. <글로리데이>(2015)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의 신작이다.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