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Maggie,2018

인간만큼 특이하고 놀라운 동물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린 결코 해서는 안 될 짓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깨트리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번식이 아닌 이유로 섹스를 하고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쾌감을 얻는다. 우주에 도착한 인간은 무중력 상태에서의 섹스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할 것이고 그들은 분명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자 할 것이다. 놀랍게도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다.

엑스레이에 찍힌 여성의 둔부와 남성의 성기 사진으로 시작하는 영화 메기는 메기의 관점을 통해 바라보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메기는 이 영화의 전지적 작가로 등장하며 인간은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것인지, 인간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하고도 기이한 행동들을 하는 인간들을 보며 의아해한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알 수 없는 행동들을 하며 그들의 삶을 이어나간다. 현실은 매우 지루하고 따분하며 단순반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삶은 신기하게도 특별하게 받아들여진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삶일 뿐인데도 말이다.

마치 오래된 뮤직비디오가 생각나는 골 때리는 영화 메기는 하나의 큰 이야기를 몇 개의 파트로 나눠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것처럼 꾸며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윤영(이주영)과 성원(구교환)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로맨스부터 이별까지..

싱크홀 구멍에 쓰레기를 버리는 인간의 심리는 전봇대에 오줌을 누는 심리나 남의 물건을 훔치는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위들은 어쩌면 그것이 처음부터 정상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착각마저 들게 만들 정도로 이 영화는 독특한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위험한 싱크홀을 구경하는 행위보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실업위기에 빠진 청년들을 마냥 지켜보며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기에서 빠져나오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처럼.

싱크홀 덕분에 실업문제를 해결하게 된 성원은 싱크홀을 메우는 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그는 윤영이 선물한 반지를 잃어버리고 만다. 한참을 찾다가 포기한 뒤 함께 일하는 동료의 발가락에서 반지를 발견한 그의 모습은 뭔가 웃기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후 펼쳐지는 상황은 이를 더욱 익살스럽게 만들면서 오히려 그들 사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물론 그의 오해였음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관계가 해결되었는지는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 마지막엔 그들의 이별 이야기를 다룬다. 무수히 많은 연인들이 한번은 겪어봤을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하는 참으로 유치하고 찝찝하면서도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그 모습들. 빌려줬던 돈을 당장 돌려 달라 요구하고 니꺼 내꺼 나눠가며 상대방의 마음에 더욱 상처를 내는 그들의 언어는 마치 더 이상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끝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 끝은 결코 끝이 아닐 것이며 몇 번의 만남과 후회를 통해 완벽한 이별이 완성될 것이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두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는 평범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이야기를 꽤나 독특하게 잘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한다. 다만 몇 개의 꽤나 위험해 보이는 장면들(연인 앞에 태우고 자전거타기, 포크레인에 올라탄 채로 이동하기 등)은 오직 영상으로만 즐기고 결코 따라하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마저 든다. 몇몇 인간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동도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시도하려 할 것이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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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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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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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는 병원 어항에 사는 생선 메기의 목소리로 인간사를 관찰하는 이야기다.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그 내용도 자못 흥미롭다. 19금 동작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병원에 퍼진 뒤 전 직원이 결근하자 부원장은 모두에게 혐의를 지우려 한다. 간호사는 남자친구의 과거를 의심하고, 남자친구는 직장 동료를 미심쩍어한다. 뚜렷한 연결고리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세 사람의 에피소드는 덜컹거림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이야기가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곳은 ‘믿음’이라는 굵직한 질문 앞이다.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은 상대의 탓인가 내 문제인가? 골똘한 생각을 유도하는 작품이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재개발, 싱크홀 등 은근슬쩍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시선이 과하지 않고 앙증맞다. 종종 터져 나오는 잔망스러운 웃음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전에 본 적 없는 표현법으로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작품이다. 이옥섭 감독이 연출했고 천우희가 생선 메기 역에 목소리 출연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 등 4관왕에 올랐고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제14회 오사카 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했다.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