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향기
scent of ghost

영화나 드라마 속 귀신은 흔히 원한에 의해 살아있는 인간의 주변을 맴도는 모습으로 많이 그려진다. 살면서 한을 풀지 못한 귀신이 구천을 떠도는 내용은 어찌 보면 죄를 지은 인간들의 착각이거나 살아있는 인간이 지어낸 거짓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귀신 이야기를 위한 인과관계만큼은 아주 잘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귀신의 향기는 떠나간 연인을 기다리려다 죽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로 귀신이 된 그녀는 주변인에 의해 소재로 활용된다. 즉, 주인공이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연들에 의해 그녀의 이야기가 다뤄지고 나중에 가서야 남자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끝맺는다. 그동안은 섹스에 환장한 중년의 여인 희수(전수경)와 그녀에 의해 마구 휘둘리는 성택(성지루)이 극을 이끌어가고, 박소장(오윤아)은 다른 형사들과 함께 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며, 박수무당(손병호)은 그런 그들의 요청으로 귀신을 잡고자 그의 조수(최규환)와 함께 행동한다. 결국 여러 인물들이 다양하게 배치된 채로 함께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의 중심이 흔들린다거나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주인공은 잊어버린 채 다른 배우들에 너무 혼을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리 어렵지 않은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그 흐름에 맞게 잘 흘러가도록 설정되어있다. 카메오가 상당수 등장해서 재미와 혼란을 동시에 주었던 과거의 코미디 영화(예를 들어 박중훈의 할렐루야와 같은 영화)들 또한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했던 영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면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동석(강경준)과 지연(이엘)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는 초반부에 매우 짧게 다뤄진다. 그것은 길게 다룰만한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반드시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낼 만큼의 깊이는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나중에 다시 만날 때, 지연이 동석을 기다리는 이유를 찾을 때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원나잇으로 만나고 헤어진 상대에게 진지한 기다림을 기대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며 설령 복수를 위한 기다림이라 할지라도 그 관계는 진지하고 깊을수록 끝맺음이 강렬할 수 있다. 물론 원나잇으로 상황을 설정해도 상관없다. 그 관계를 이용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앞서 말했듯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재주를 뽐내며 이 영화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열심히 어필한다. 그 덕에 두 주인공은 살짝 밖으로 빠지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특히 색귀에 영향을 받는 희수 역으로 등장하는 여배우 전수경씨는 상상 이상으로 도발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 영화를 매우 위험(?)하게 만든다. 15세 관람가에 맞는 장면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녀가 나올 때마다 깜짝 놀랄 수밖엔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특별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동석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조차도 그렇게 놀랍거나 충격적인 상황은 아니었으며 그들의 아름다운 결말 역시도 이미 예상이 가능했던 상황이다. 다만 그 정상적인 레일 위에서 배우들이 마구 날뛰며 이야기에 흥을 부여하며 재미를 더했고 그 덕에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었던 영화라 할 수 있다. 아마 큰 기대 없이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진 않지만, 죽어서도 만나고 싶은 인연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랑을 하고 죽을 수 있다면, 그런 사랑을 다시 해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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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코미디 영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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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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