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Daddy-Long-Legs, 2005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주위를 맴돌며 나를 지켜주고 든든한 후원자 역할까지 해준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개할 영화 <키다리 아저씨>는 미국의 여성작가 J웹스터의 동명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홀로 남겨진 영미(하지원)가 힘들어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등장한다는 동화 같은 아름답고 순수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내었다.
영화 <신부 수업>과 드라마 <다모>에 출연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하지원은 청순한 모습으로 남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이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한 연정훈은 부드러운 미소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또한 신이와 정준하는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코믹하게 전환시켜 주는 등 영화의 볼거리도 풍성하게 제공된다. 현빈과 박은혜, 오대규가 우정 출연하여 더욱 활기찬 이야기들을 엮어 내기도 한다.
영화 <키다리 아저씨>가 다른 멜로 영화와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면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줄거리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과장 없이 부드럽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인공 남녀의 키스신도 등장하지 않고 익살스러운 연기를 보여줄거라 생각했던 정준하와 신이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억지스러운 감정들을 꾹꾹 눌러가면서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교동사고로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가던 영미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공부한 끝에 서울대에 합격한다. 입학하고 나서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언제나 영미보다 앞서 등록금을 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4년 동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며 큰 어려움 없이 학교를 졸업한 영미의 행운은 방송국에 입사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집을 얻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던 영미에게 빈집을 선뜻 내어주는 은인이 나타나고 그 집 주인이 쓰던 컴퓨터에서는 누군가를 짝사랑하던 안타까운 사연을 발견하게 된다. 이 사연을 방송 소재로 사용하면서 영미는 방송국에서도 인정받는 작가가 된다. 이 무렵 부드러운 미소로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던 방송국 자료실의 직원 준호와의 사랑도 서서히 무르익어 간다.
어릴 적 TV 만화영화나 소설을 통해 키다리 아저씨를 접해 본 사람이라면 신비스럽고 포근한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여 시선을 끌게 만든 영화 <키다리 아저씨>는 어린 시절의 로맨틱한 감성들을 끌어 올리는데는 충분히 성공하였다고 보여진다. 과장되게 꾸미지도 않고 억지웃음을 유도하지도 않은 채 순수함 그 자체만으로 승부를 걸려했던 공정식 감독의 의도대로 사랑을 영원하다고 믿으며 환상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나 비현실적인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좋은 선물이 되어 주었다.
그 어떤 목적도 없이 순수하게 사랑한다는 감정만으로 도움을 주고 그 사랑을 받고 있는 여성의 섬세한 감정까지도 꼼꼼하게 보여주며 차분하게 그들을 지켜볼 수 있게 만든 것도 이 영화가 다른 로맨스 영화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긴장감을 억지로 연출하거나 마지막 반전의 묘미가 있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보이지 않는 사랑을 간절하게 찾아 헤메는 영미의 모습과 순애보적인 준호의 짝사랑을 편안하게 바라봐주면 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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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랑을 꿈꾸고 있는 분들께 추천하는 영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감성 로맨스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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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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