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미스 다이어리
Old Miss Diary , 2006
귀엽고 사랑스러운 올드미스 미자(예지원)와 우월한 키에 핸섬한 지피디(지현우)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2시간도 안되는 영화로 재탄생되어 돌아왔다.
무려 232회에 달하는 방대한 줄거리를 한편의 영화로 완성 하다보니 미자의 주변인물들이 세세하게 표현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TV화면으로 보여주지 못한 적나라한 장면이나 드러내지 못했던 치부까지도 살짝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트콤과는 또 다른 영화의 매력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대표 노처녀 미자의 엉뚱함은 TV에서 봤던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나타나는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환상들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캐릭터를 한층 부각 시킬 수 있었다.

미자 역할의 예지원 이라는 배우는 이전 출연작품에서 때로는 한 없이 순수하고 착하게 보이다가도 <고령화 가족> 이나 <죽어도 해피 엔딩>에서는 도발적이며 깡으로 똘똘 뭉쳐진 다부진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런 그녀가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서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효경 역할로 남편 필용의 외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끝없이 인내하고 아픔을 감수하는 지고지순한 아내의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하였으니 그녀의 팔색조같은 변신과 연기력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여자배우라면 누구라도 스크린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하지만 극중 미자로 분 한 예지원 이라는 배우는 자신이 망가지는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자 라는 독특한 케릭터로 완벽 변신하여 30대 노처녀의 감정들을 거리낌없이 표현해 준다. 통통튀는 연기력을 선보인 사랑스러운 배우 예지원의 매력과 TV시트콤에 출연했던 김영옥,임현식,서승현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추운겨울 온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수 있는 훈훈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른두살의 최미자, 성우 라는 직업을 가장한 백수로 가끔 일이 들어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억척스러운 여인. 마땅한 취미도 없이 방바닥 긁는게 전부이고 툭하면 술에 취해 길바닥에 넘어지기 일쑤인 초라한 올드미스 미자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때로는 날개옷을 입고 환상속을 헤매이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허리가 아프다는 푸념이나 늘어놓고 애인도 없으면서 혼자서 열심히 키스를 흉내내는 외로운 독신녀이다. 이런 그녀에게도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준 인연이 있었으니 성우로 일하게 된 방송국의 꽃미남 지피디 이다.
나이도 어리고 기럭지까지 우월한 지피디의 단점 이라면 싸가지가 없는 것으로는 지존급의 고수라는 것이다. 대사라고 해봐야 두 줄 남짓한 것이 전부인 귀신 역할을 맡고도 춤을 추며 좋아하는 미자가 무뚝뚝하고 매사에 진지한 지피디의 눈에는 신선하게 보였던 것이다. 엉뚱하고 당돌한 미자가 지피디의 일상을 조금씩 파고들며 그를 변화시켜 나가고 알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일수도 있다. 올드미스 미자 에게도, 쉰살을 넘긴 어머니에게도, 일흔살이 넘은 할머니에게도 공평하게 사랑 이라는 감정은 갑자기 다가오고 설레임을 안겨준다. 다 헤어진 속옷을 바라보며 한숨쉬던 미자의 할머니는 꽃무늬 팬티를 입고 동네 할아버지를 향해 연정을 표 한다.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보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유는 그 안에 나와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삼촌 이라는 가족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착하디 착한 우현 삼촌이 아껴쓰면서 모은 천만원을 은행에 맡겨 놓았을때 은행은 백십만원으로 만들어놓고도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도리어 그를 강도로 몰아가고 말았다. 힘없는 소시민이 원했던 것은 일확천금의 돈벼락도 아니고 그저 작은 이득에 감사해하며 행복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만원을 들고 또 다시 은행을 찾아 예금을 시작할때 앞으로 모아질 돈에 조금씩 이자가 붙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행복해하는 우현 삼촌, 상심한 가족들을 위해 국수로 한 끼를 대접할 줄 아는 아버지, 이제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이십대 청춘인 일흔살 넘은 우리들의 할머니 이야기 까지, 영화 속에 모든 배역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한껏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속물과 같은 인간의 근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서민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로 압축된 영화속에는 매력적인 케릭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평범한 사람들의 아픔과 웃음을 함께 하며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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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맨틱코미디 영화중 최고로 꼽을수 있는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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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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