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요소
The Element of Hope , 2021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첫 번째 선택은 흑백이었으며(1998년, 파이) 이후 레퀴엠에선 다양한 색감을 갖게 되었고, 블랙스완은 어둠을 강조하고자 더욱 진하게 색을 활용하기도 했다. 홍상수의 영화가 초기작 오 수정을 통해 흑백으로 표현된 이후 최근의 영화들은 거의 흑백으로 고정되고 있는 느낌인데, 흑백 영상은 확실히 우리의 공간을 이질감이 들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물론 제작비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이유들로 흑백을 택하는 경우도 있기에 이런 부분은 감안하고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희망의 요소라는 다소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목을 지닌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희망의 요소를 어디에서 찾아야 좋을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아주 심플하게 이 영화를 분해한다면 그 안엔 바람난 여자와 무능한 남자가 존재하고, 그들의 관계는 사랑했던 사이와 헤어진 사이로 분리가 된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을 누구에게로 고정하고 이 영화를 지켜보느냐에 따라 느낌은 살짝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보편적인 성역할의 관점으로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을 바라봤을 때 남편(이승훈)은 무능 그 자체이며 불쌍한 남자다.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와야 할 남자가 집안일만 하고 있고 아내 눈치를 보며 기를 펴고 살지 못한다. 심지어 부모님 생일에도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지 못하며 다른 경조사를 거론하면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내(박서은)가 훌륭한 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 사이에 자식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대역죄인 취급을 받을 수 있기에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는 현대적인 시각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로 하지만, 남녀의 위치만 뒤바꾼 상태에서 다시 이 문제를 과거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비틀어버린다. 집안일을 하는 남편의 당당하지 못한 모습은 여전히 과거의 사고방식에 얽매였기 때문이며 이를 대하는 아내의 태도 또한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아내가 이혼 시 재산분할에 대해 알아보는 장면에서 이와 같은 요소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그녀가 들은 대답은 그동안 집안일을 해온 수많은 아내들을 위한 답이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녀는 상간남(임영우)과 바람을 피우며 남편을 배신하고 급기야는 그 남자를 집에 들이고야 만다. 그래서 남편이 집에 돌아왔다가 그 소리에 다시 밖으로 나가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의아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선택하는 그 순간의 파멸적인 행동, 이후에도 쉽게 수습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상처를 내는 감정적이면서도 폭력적인 행위가 이 영화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그 선택은 결과적으론 최선이었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론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남자의 한심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춘문예 당선 소식에 이어 집을 떠나 노동자의 삶을 사는 남편의 모습은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이렇게 연출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그들의 모습은 차라리 1년 후라는 자막을 지우는 게 나았을 것 같다.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그 순간의 느낌으로 후반부를 채웠다면,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남편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우는 장면만 보여줘도 그들에게 남은 상처는 충분히 느껴졌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의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는 사랑은 반드시 희생을 필요로 하며 그 희생은 5:5의 비율에서 크게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아내가 말한 희망의 요소가 남편을 위해 본인 스스로를 희생하겠다는 말일지라도 불륜을 저질렀던 그녀의 순간적 선택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설령 사랑은 믿음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자유로워진 남편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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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자 한다면..
흑백영화의 매력을 맛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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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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