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사악하다
The Good Father , 2022
인간의 혼을 육체에서 분리해 다른 신체로 옮길 수만 있다면, 영생도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외계인에 의해 신체를 강탈당하는 스타일의 영화가 아닌 조던 필의 겟 아웃이나 신하균이 나온 더 게임과 같은 유형의 영화를 떠올린다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불가능한 영역에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며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할만한 내용일 것이다. 타인의 몸이 아닌 인조인간의 몸을 개발해 혼(살아있는 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면..
이 아이는 사악하다라는 제목은 마치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원제 로즈메리의 아이)처럼 위험한 아이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으로 느껴지지만, 관객들은 이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이 아주 큰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기에 제목을 반드시 그렇게 지어야만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악한 아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이 영화의 비밀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결론적으로 그 아이의 정체는 영화가 끝날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마을 전체가 정신병에 걸린 것처럼 오묘하게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래서 더욱 음산하게 느껴지며, 여기에 이를 관찰하며 사진을 찍는 준(오오니시 류세이)의 행동은 매우 수상하게 보인다. 아마 대부분은 제목의 주인공으로 그와 하나(미나미 사라)를 지목할 것이고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깨어나지 못하던 하나의 엄마 마유코(사쿠라이 유키)가 돌아오며 의심스러운 대상은 점차 늘어나게 된다. 특히 정신적으로 이상한 마을의 정신과 의사 쿠보(타마키 히로시)는 가장 의심스러워 보이는데..
오랜만에 만난 엄마의 존재를 의심하는 하나의 행동은 아직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이는 동생에 대한 의심으로도 이어진다. 여전히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하고 이를 지켜보겠지만, 이 영화는 의외로 정직하게 단계를 밟아가며 그 비밀을 털어놓는다.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쿠보의 행동과 그를 의심하는 준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통해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 쿠보였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그것이 최면인지 세뇌인지, 혹은 다른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쿠보의 비밀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에서 그들의 기억은 어떻게 온전하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세뇌라는 것이 몰랐던 기억조차 알게 해주는 것은 아니기에 이 모든 기억을 완벽하게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세뇌가 아닌 다른 방식이라 할지라도 가능성의 문제에 따라 제외가 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남은 단 하나의 가능성, 당연하게도 현실에선 아직 가능하지 않은 방법을 활용해 그들의 기억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타인의 몸에 그들의 기억(영혼) 자체를 옮기는 것이다.
사라진 아이의 뉴스와 이미 죽은 여동생에 대한 루머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퍼즐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쿠보가 마유코의 혼을 옮기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그 비밀은 모두 알려지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상태가 이상했던 것은 그들의 혼이 토끼와 바꿔치기 되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토끼의 그것과 유사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오직 자신만의 신념으로 자기 가족을 구한 쿠보의 선택은 정말 이기적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간적인, 사악함 그 자체이면서도 놀랍도록 인간적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죽기 적전 마유코의 뱃속에 든 아이와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예상되는 쿠보의 행동은 이 영화의 제목을 위한 최후의 발악이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그려지며 이야기는 끝난다. 삶에 대한 이상한 집착과 가족에 대한 연민마저 느껴지는 쿠보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이 작품은, 그래서 봉준호(또는 봉준호 키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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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타마키 히로시의 팬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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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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