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일변
a side of a relationship, 2023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충고 중의 하나가 바로 쓸데없는 이야기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이야기의 흐름에 불필요한 장면이라면 그것은 과감히 삭제해야 하며 다음 작품까지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특히 영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필요한 것을 모두 담을 수 있어야 하기에 비워내는 것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대사조차도 최소한으로 임팩트있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에 국한된 내용들이다.
옴니버스의 형식을 지닌 관계의 일변은 사실상 서로 다른 이야기 4개를 하나로 묶어서 만든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그 안에 담긴 주제의 흐름이 반드시 한곳으로 향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관계라는 단어를 사용해 모두를 통으로 엮어내고 있을 뿐 실상 그 이야기들 사이에서 관계의 일변을 파악하는 것은 특별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특별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편의점 강도의 이야기도, 초능력자의 이야기도 모두 관계라는 단어로 쉽게 엮을 수 있으니.
게다가 이 영화는 마치 대학교에서 영화 수업을 배우며 친구들과 처음 찍어본 영화처럼 상당히 단조롭고 밋밋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그렇기에 상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같은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 관객의 입장에선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그야말로 위험한 도박이며, 애초에 그 도박에 뛰어들지 않은 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박에 성공한 것이라 간주해도 좋을 지경이다. 아마 대부분은 류준열의 이름에 속아 넘어간 것이겠지만.
첫 번째 이야기 간극은 친구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성 문제를 매우 삼삼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처음 본 여성에게 반한 남자들의 갈등 관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터뷰와 함께 휩쓸리며 그대로 지나가 버린다. 오직 마지막 순간의 가벼운 고백과 그 고백의 실패로 인한 우정의 확인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 유치한 이야기가 과연 진정으로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았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모두가 알만한 뻔한 이야기임에도 공감은커녕 무관심조차 받기 어려운 수준이기에.
그래서 류준열이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급한사람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이야기 또한 그리 특별할 것 없이 엉성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그나마 강도와 보안요원을 활용해 긴장감을 주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이마저도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만다. 강도의 사연과 강도보다 더 악질인 보안요원의 행태는 충분히 살릴 여지가 있는 아이디어였음에도 정해진 시간에 쫓기기라도 한 듯 이야기는 거기서 멈춰버리고 만다. 차라리 간극을 없애고 이 이야기를 제대로 만드는 건 어땠을까!
그나마 노웨어와 터치드는 앞선 이야기들보단 나았으며 옴니버스의 다양한 형식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 이야기라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터치드는 일본 만화 사이코메트러 에지의 능력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에 소재의 참신함은 느낄 수 없었으며,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그나마 독특하게 느껴졌다. 물론 탐정 스릴러 장르의 흐름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이마저도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을 통해 범인을 잡는 수사물 형식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관계의 일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결국 노웨어였다고 생각되며 장님 여성과 벙어리 남성의 로맨스는 짧았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 이야기였다. 비록 그 안에 유치한 쌍팔년도식 갈등(빌런) 요소가 들어있긴 하지만, 기타와 음악을 활용해 소통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장님 여성 소은을 연기한 우현아의 어둡지만 밝은 모습에 끌렸던 것인지도..
 |
|
 |
 류준열의 신인시절 모습이 궁금하다면.
옴니버스 영화 좋아하는 사람.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20명
글쎄요 : 0명
류준열의 신인시절 모습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