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Gentleman, 2021

유주얼 서스펙트의 절름발이가 자신의 정체를 속인 채 사건을 설명하는 것은 이제 그리 놀라운 트릭이 아니게 되었다. 타짜의 정마담이 고니에 관한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라 말하기는 어려울지라도, 그들은 모두 중요한 사건 속에 존재하는 주요 인물인 동시에 그 사건을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는 화자 역할도 한다. 아울러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을 수도 없는 주관이 더해진 것들! 즉, 관객과 등장인물 모두를 속이기 위해 등장한 거짓말쟁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검사의 탈을 쓴 가짜 검사 현수(주지훈)를 심문하는 진짜 검사 화진(최성은)은 이 영화의 주요 사건을 이끌어야 할 대표적인 캐릭터다. 이는 현수가 짜놓은 판 위에서 마구 날뛰어야 할 역할을 얻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그녀의 활약은 현수와 함께하는 순간에만 빛이 난다. 어쩌면 이는 각각의 인물이 지닌 매력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으며 사건의 순서를 완벽하게 배치하지 못한 잘못도 있을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현수의 정체가 들통나는 그 타이밍은 너무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가령 권도훈(박성웅)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그 장면을 조금 더 적절한 상황에 배치했더라면, 이미 현수의 복수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그들의 패배가 확정된 바로 그 순간에 완전한 승리를 자축하며 계좌를 열었다가 돈이 빠져나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면! 그랬으면 적어도 그 뒷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지며 현수의 정체 또한 관심 있게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탓에 현수가 블랙박스를 통해 자신의 정체와 사건의 내막을 설명하는 순간, 이 영화의 매력은 급격히 사라지고 만 셈이 되었다.

물론 화진의 뒤통수를 때리며 반전을 꾀한 것도 절름발이 효과를 제대로 본 것이라 말할 순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빌런은 권도훈이고 그의 뒤통수를 힘껏 때리는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졌어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욕심만 채우며 이를 위해 어린 여성들을 성 노리개로 삼고, 돈이면 뭐든 다 된다고 믿는 이 악당의 횡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2차 복수일 뿐 진정한 복수는 그가 아끼는 것을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가진 돈을 빼앗는 그 장면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넣었어야 했다.

현수와 화진의 공조가 실패하고 완벽하게 무너지는 장면을 보여준 뒤 포커스는 권도훈 위주로 갔어야 했다. 의기양양 자유의 몸으로 자신의 계좌에 든 거액의 돈을 확인하며 승리에 취한 모습을 보이는 권도훈! 이후 기력이 다한 화진에게 의문의 메시지가 도착하고 권도훈 게이트가 뉴스에 나왔다면! 그리고 그 순간 권도훈도 뉴스 소식을 접했음에도 돈으로 막으면 된다고 말하는 순간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면! 그랬다면 적어도 반전만 믿고 중후반을 대충 때운 것도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되지 않았을까?

결국 이런 유형의 영화는 구성이 완벽하지 않으면 어설프게 느껴질 수 있으며 공들여 만든 장치들도 한순간의 실수로 전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결말은 더욱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특히 반전을 주고자 하는 그 부분에서는 더욱 치밀하게, 감정묘사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써서 다뤘어야 했다. 현수네 패거리가 스스로 자신들의 성공담을 전하는 모습에 집중하기보다 권도훈의 비열한 웃음이 쓰디쓴 웃음으로 바뀌는 그 순간에 더욱 집중했다면, 관객들 역시도 그들이 느끼는 쾌감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젠틀맨의 현수가 지닌 캐릭터의 활용도는 꽤나 다양하면서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에 이렇게 끝내버리는 것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요즘 새롭게 시즌2로 찾아온 드라마 모범택시의 김도기(이제훈)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나름 괜찮은 결과를 뽑아냈다면 젠틀맨의 또 다른 이야기도 기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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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배우 주지훈의 능청맞은 연기력이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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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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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경원배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장르: 범죄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23분개봉: 12월 28일간단평남다른 프로정신으로 사건 해결력 100%를 자랑하는 흥신소 사장 ‘현수’(주지훈)는 어느 날, 한 여대생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는다. 헤어진 남친이 키우던 개를 유괴해 데리고 있으니 같이 찾으러 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얼떨결에 괴한의 습격을 받고 깨어나 보니 졸지에 살인 용의자가 돼 있는 상황, 누명을 벗기 위한 현수의 진범 찾기가 시작된다. 적당한 생활감이 몸에 밴 묘한 퇴폐미를 발산하는 흥신소 사장 ‘현수’역의 주지훈, 한마디로 이 구역의 미친X를 시전하는 독종 검사 ‘화진’역의 최성은 그리고 젠틀한 외형과 언변을 뽐내는 대형 로펌 재벌 ‘도훈’역의 박성웅까지. <젠틀맨>은 캐릭터와 이를 소화한 배우들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범죄 오락 영화다. 한 명 한 명 떼어 놓고 보면 새로운 것 없는 어찌 보면 전형적인 인물들이나 디테일한 설정과 묘사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특히 신스틸러로 화면을 장악한 견공 ‘윙’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초반부가 누명을 벗기 위해 검사를 사칭하는 현수의 사기극 같다면 영화는 진행될수록 점차 케이퍼무비의 색채가 강해진다. 예상외의 국면으로 관객을 이끌며 시선을 잡아 둔다. 과도하지 않은 슬로우모션 활용과 감각적인 영상 등 전반적으로 세련된 톤앤 매너를 지닌 작품으로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2017)를 선보인 바 있는 김경원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그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콘텐츠 웨이브가 투자에 참여한 첫 오리지널 영화다.
2022년 12월 27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