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The Dry,2020

진실은 반드시 존재하지만 모두가 그 진실을 아는 것은 아니다. 거짓으로 가려진, 혹은 오해와 비밀 사이에서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잘못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거나 혹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집요한 노력 끝에 진실을 알게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간혹 진실은 심연의 끝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진실에 다가갈수록 인간은 나약해지고 두려움을 느끼며 급기야는 스스로 무너지기도 한다. 그 속에 숨겨진 어둠에 의해.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썸니아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 드라이는 현재 일어난 사건을 통해 과거의 숨겨졌던 사건을 동시에 파헤치며 관객들의 머릿속에 계속 물음표를 떠오르게 만드는 묘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숨겨진 진실이 몹시도 궁금한데, 그렇다고 그것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고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다. 적어도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그 속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은 완벽하다고 생각되었지만 두 개의 사건을 연결하는 그 연결고리는 조금 아쉬웠다고 생각된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엘리(베베 베텐코트)의 사망 이후 그녀를 죽인 살인자로 낙인이 찍힌 채 결국 마을을 떠나야만 했던 애런(에릭 바나)이 그 마을로 다시 돌아오며 새로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은 그와 마을 사람들의 대립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되고, 특히 애런의 신분이 경찰로 상승한 것은 그들 관계의 균형을 맞추기에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애런에게 그 어떤 분노나 증오의 형태를 지닌 복수심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에 뭔가 통쾌함을 가장한 행동이 표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아내와 자식을 죽이고 자살한 루크(마틴 딩글 월)의 사건은 오리무중인 상태로 계속 흘러가고, 사실 그 사건의 진실은 이렇습니다. 라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레첸(제네비에브 오렐리)이라는 캐릭터에 가장 큰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거 루크의 애인으로 등장했던 그녀는 심지어 (루크의 자식이라고 확신이 드는) 아버지가 없는 아이를 키우며 어쩌면 이 사건의 가장 위험한 용의자가 될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하지만 사건은 뜬금없게도 다른 곳에서 풀리며 그녀를 이 사건에서 배제시킨다.

그 결과 엘리의 사망 사건과 루크 가족의 사망 사건은 전혀 다른 물줄기를 타고 갈라지고야 만다. 물론 그 사건들이 하나의 줄기에서 나온 각각의 열매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 과정이 예상하기 쉬운 길은 아니기에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이는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건이 해결되는 단계적 방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기에 마지막 사건의 해결방법 또한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 같다. 적어도 엘리의 사건에 다가가는 과정은 좀 더 단계를 밟았어야 했는데.

과정을 무시해도 도출할 수 있는 결과물! 즉 애런이 엘리의 사망 원인을 빨리 알고자 했다면, 그래서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더듬으며 추억이 존재하는 그 장소에 미리 가봤다면 이미 오래전에 해결되었을 그 사건은 결국 시간만 뒤로 늦췄을 뿐이다. 다른 그 어떤 노력도 필요 없이 가방을 발견하는 순간 사건은 해결되어버리니까! 그렇기에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충분한 장치들이 있었어야 했는데, 존재하는 것은 그레첸이 그녀를 봤다고 하는 그 고백뿐이다. 물론 이 역시도 루크가 애런에게 거짓을 말하라고 했던 그 순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그 진실에 담긴 무서운 비밀에 있다. 엘 리가 사망한 원인과 그 후에 벌어진 이야기들. 이는 다시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아 현재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메말라버린 것은 결국 그들이 사는 마을이 아닌 그들 자신이었으며, 그 숨겨진 진실의 추악한 본성은 결국 그 무엇으로도 씻어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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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진실, 무서운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의 영화가 보고 싶다면.
에릭 바나의 팬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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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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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코놀리배우: 에릭 바나, 제네비에브 오렐리, 키어 오도넬, 존 폴슨장르: 미스터리, 스릴러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7분 개봉: 3월 30일 간단평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에릭 바나)은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친구 루크(마틴 딩글 윌)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루크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20년 전 죽은 여자친구 엘리(베베 베텐코트)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데.<드라이>는 20년을 사이에 둔 두 죽음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색출하는 추리 스릴러적인 재미보다 인물 간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영화는 300일이 넘게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호주의 한 가상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 오랜 재해로 팍팍해진 삶의 터전, 깊고 지난한 주민들 간의 갈등이 어우러진 절망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이를 묘사하는 영화의 태도는 한없이 차분하고 건조하다. 영화 전체가 마치 입 안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 같이 메마르고 까끌까끌한 느낌이다. 여러모로 <드라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인상이다. 원작은 2016년 출간된 기자 출신 작가 제인 하퍼의 동명 소설로 2018 영국문학상 올해의 범죄·스릴러 부문, 2017 영국추리작가협회 대거상 범죄소설 부문 등을 수상한 베스트셀러다. 국내 관객에겐 <트로이>(2004),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로 친숙한 배우 에릭 바나를 비롯해 제네비에브 오렐리, 키어 오도넬, 존 폴슨 등이 출연한다. 범죄 스릴러 <뱅크>(2001), 정치극 <발리보>(2009), 유쾌한 아동 영화 <종이 비행기>(2014)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온 호주 출신 로버트 코놀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2022년 3월 30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