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
The Disappearance of Eleanor Rigby: Them , 2014
여기 이런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이다. 네드 벤슨 감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한 프로젝트의 한 작품인 이 영화는 하나의 사랑에 대해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시선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영화의 기본이 되는 이 생각은 영화적 상상력이 아닌 실제 사실에 가깝다. 사랑을 해본 모두가 다 알 것이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르게 기억한다는 것을...
이런 모티브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통해 총 3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남자>, <그여자>, <그남자 그여자>까지. 이런 프로젝트의 내용은 할리우드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는 많은 관심을 받았고, 뜨거운 극찬까지 휩쓸어갔다. 물론 영화의 틀은 이례적이지만, 영화속의 사랑은 여전히 상투적이다. 우리의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이.
영화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는 프로젝트 중 <그남자>, <그여자> 편을 하나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속에는 그남자가 나온다. 코너(제임스 맥어보이)는 릭비(제시카 차스테인)가 갑자기 떠나버리고 난 후 홀로 그녀를 찾아 헤매며 사랑을 지키고자 끝까지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여자, 릭비의 시선에서 담긴 영상에는 코너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이어나가려고 하지만, 결국 코너를 잊지 못하고 무너진 사랑에 가슴아파하는 릭비의 모습이 담겨있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처음에는 불같은 사랑을 하고 콩깍지가 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안 맞는 점을 찾아내고 결국 사랑은 이별로 가는 시작점이라고 할 정도로 서로의 사랑을 지켜나가기 힘들어한다.
영화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편은 각자의 시선에서 내용을 풀어나간 두 작품보다 더욱 객관적인 입장으로 영상이 담겨져 있다. 영화를 통해 같은 시간을 공유해나간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기억을 보여주며 이들의 사랑이 엇갈리게 된 이유를 차근차근 풀어낸다. 영화에서 주목해야할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남녀 각각의 시선을 다른 톤의 컬러와 의상 등으로 연출했다는 점이다.남자 주인공인 코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의 조명을 쓰고, 릭비가 등장하는 장면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활용해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기억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 한편을 봤지만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어쩌면 영화는 당연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누구나 같은 장면,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서로 보는 것, 느끼는 것, 기억하는 것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연인과 함께 공유하는 장소, 시간이라도 해도 나중에 서로에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각자의 입장의 기억이 다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많은 인기을 얻었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녀는 태생부터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렇게 하나의 사랑을 통해 다른 기억을 가지는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영화에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어내는 것 같다.
만약, 이 영화를 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게 되면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만약에 영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게 한다고 해도, 많은 연인들은 서로 싸울 것이고 어쩌면 헤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사랑의 끝은 아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의 반대말을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연인끼리의 싸움은 어쩌면 서로에 대한 관심의 표현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함으로서 서로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고, 만약 지금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통해 지난 사랑을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너와 릭비는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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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했거나, 하거나, 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