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스 ( 2019 )

솔리스

Solis,2018

.. 슬픔에 잠겨 과거를 돌아보지 마라. 지나간 일은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

우주의 쓰레기, 잔해 혹은 그 무언가로 불려도 상관없을 것들이 섬광과 같은 거대한 우주선과 함께 검은 바탕 위를 흘러 지나간다. 이는 우주비행선 케페라 2호의 사고가 낳은 결과로 눈에서 뒤통수까지 관통당해 죽어버린 동료의 모습으로 이어지며 그 참혹함을 확실히 보여준다. 허나 그들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홀로 남겨진 트로이 할로웨이(스티븐 오그)는 자신의 생명을 붙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영화 솔리스는 극한의 상황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우주라는 특수한 공간을 이용해 그려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영화들은 이미 상당수 만들어진 상태이며 제니퍼 로렌스가 등장한 영화 패신저스의 경우는 로맨스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만 솔리스가 지니고 있는 차이이자 특징은 죽음을 눈앞에 둔 남자에게 자꾸만 희망을 부여하는 목소리에 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오직 순수한 의도로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망가진 우주선 안에서 트로이 할로웨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그 안엔 멧 데이먼이 마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식물을 심을만한 공간도, 재료도 없으며 오직 안전벨트에 몸을 맡긴 채 연료와 산소가 바닥나 죽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 그저 통신으로 흘러나오는 로버츠 사령관(앨리스 로우)의 목소리가 그의 의지를 잠깐씩 깨울 뿐, 그는 이미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마지막 말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그럼에도 로버츠 사령관은 단호하게 그를 반드시 구하겠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겠지만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충격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트로이 할로웨이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 회사의 명령이며, 그라도 살려서 보여주기식 쇼라도 해야지만 그들의 회사 오비스가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것이 그를 살려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이다. 결국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봐왔던 누군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한 이 사고의 문제는 결국 본부(회사)의 무리한 계획 때문이었으며 이미 수천만 톤의 광물을 수송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욕심을 내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불의의 사고는 그들이 초래한 것이며 그들이 받을 비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더 많은 사상자를 내더라도 트로이 할로웨이는 반드시 구해내고자 도박을 한 것이다. 물론 결말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방사능에 노출되고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낸 그이기에 그 결과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만일 이 영화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니었다면, 설원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거나 무너진 건물 안에서 참고 버티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혹은 127시간과 같은 영화처럼 그려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처럼 대화상대 또는 활동적인 씬을 넣지 않는다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를 통해서도 그렇게 느낀 이들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1명과 시체 1구, 그리고 목소리까지 총 3명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 특징을 잘 살려 나름 긴장감도 주고 주제의식도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런 유형의 영화를 자주 접한 이들에겐 그 익숙함에 살짝 아쉬움이 남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저예산 영화가 지니고 있는 한계가 느껴졌을 수도..

우주, 죽음의 공포를 느껴보고 싶다면..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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