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Intimate Strangers, 2018
영화 <완벽한 타인>은 입소문을 타고 큰 흥행을 이룬 한국의 코미디 영화다. 일곱 배우의 엄청난 연기 호흡과 저마다의 날카로운 캐릭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perfect stranger’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원작 영화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판권을 사들여 단 2년 만에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 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원작을 보는 것은 당신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영화는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네 명의 남성과 그 배우자들이 친구의 집들이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시작한다. 함께 지낸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서로의 비밀에 대해서도 빠삭한 친구들은, 위험한 놀이를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휴대폰 공유. 겨우 휴대폰을 공유하는 것이 어찌 위험한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사회에서 휴대폰의 상징성을 생각해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게는 친구들과의 메시지부터 모든 신상정보와 심지어는 생체 정보까지 모두 담고 있는 것이 요즘의 휴대폰이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단지 휴대폰만 들고 있어도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요즘의 휴대폰은 개인에게 있어 거의 ‘전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휴대폰은 아주 내밀하고 개인적인 것이라, 이 안에 담겨 있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어릴 적 소꿉친구들이라고 해도.
네모난 원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진행되는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다. 이들은 마치 정말로 소꿉친구들이 만난 것처럼,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각자의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며 분명 장르는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위태로워지는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으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어떤 부분을 콕 집어 줄거리라고 설명하기에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틀이 너무나 얽히고설킨지라, 다만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것으로 영화의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18년 하반기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에 꼽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영화라는 것이다.
<인간은 피를 나눈 부모와도 그 마음을 온전히 나누지 못하면서 우리가 타인이라 부르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을 이해하려 든다.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내가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사람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만큼의 시간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해라는 말은 얼마나 오만하고 거만한 단어인가. 하루에도 수십 개의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가는 인간은 가면 깊숙한 곳에 저마다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인간은 고작 스스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바꿔 쓰던 가면과 그 안에 깊이 숨겨 놓은 정체성마저 혼동하며 살아간다.
이 영화에서 스마트폰은 한 사람의 정체성으로 상징화된다. 그 안에 담긴 것이 정체성인지 가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는 스스로도 알 수 없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적당히 살아야 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특히 스스로에게 적당히 살아간다. 나의 진짜 모습은 저 깊숙한 곳에 숨겨 놓고, 매일 적당한 가면을 찾아 쓰고 살아간다. 진짜 나를 마주하기가 두려운 탓이다. 두려움에 기인한 자기부정과 망각은 우리를 편한 삶으로 인도한다.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그들을 이해하려고 들지도 말며 그들의 삶을 ‘완전히’ 들여다보려고 하지도 마라. 당신이 당신 스스로에게 그러한 것처럼 적당히, 적당히 살아가라. 모든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고, 대개 그 이유는 차라리 모르고 살아가는 쪽이 그나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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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궁금한 사람
뼈 있는 코미디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완성도 높은 한국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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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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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도, 관계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한 식탁 앞에 모여 앉아 자기 스마트폰에 도착하는 문자와 전화를 공개하는 순간, 상상 이상의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완벽한 타인>은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품어봤을 상대 스마트폰에 대한 궁금증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드라마다. 자신의 비밀을 사수하려는 처절한 움직임과 타인의 비밀을 캐내려는 동물적인 감각이 맞물린 상황이 이어지면서 관객은 소위 ‘멱살을 잡힌 상태로’ 극과 주인공에 끌려간다. <역린>(2014)으로 ‘정조’와 ‘상책’의 관계를 그린 이재규 감독은 부부와 친구 관계, 혹은 그보다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연결된 일곱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보다 짜임새 있게 엮어냈다. 식탁 앞과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함께 움직여야 하는 배우들의 생활 연기도 훌륭한 편. 서로의 합을 조율하면서도 각자 맡은 역할을 확실하게 해결해낸다. 염정아, 유해진의 부부 연기는 인상적인 화학 작용을 자랑한다. 누구의 분량도 넘치거나 부족하게 보이지 않게 하는 노련한 연출력까지 더해져 강렬한 웃음과 짙은 씁쓸함을 안기는 데 성공하는,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드라마다. 다만, 상대에게 나는 영원히 ‘완벽한 타인’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텁텁한 뒷맛은 오롯이 관객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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