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슬
A-X-L, 2018
애견 영화를 디지털화하면 어떨까?
헐리우드 영화에서 애견 영화는 끝없는 화두이자 주제이다. 죽은 아내가 남긴 개를 죽였다는 이유로 킬러 세상에서 은퇴한 존윅은 개의 복수를 위해 다시 무대에 복귀하지 않은가. 4번의 환생을 통해서 결국 사랑했던 주인의 곁을 찾아가는 <베일리 어게인>의 베일리는 개의 숙명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 영화 <액슬>은 생물 개는 아니지만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 개이면서 개의 습성을 가지고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충성하고 그 충성심을 끝까지 보전하는 개의 운명을 보면서 한 편의 또 다른 애견 영화의 탄생을 지켜보게 한다.
아버지와 함께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마일스(알렉스 뉴이스테터)는 유투브 촬영을 한다는 친구들의 꾀임에 넘어가 외진 곳에서 촬영에 임한다. 그런데 친구들은 마일스의 오토바이를 고장 내고 고장 난 오토바이를 탄 마일스의 사고를 촬영할 목적이었다. 결국 친구들은 떠나고 고장 난 오토바이만 남겨진 채 외딴 곳에서 마일스는 낭패를 보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액슬을 발견한다.
액슬은 군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에서 어떤 이유로 도망쳐 나온 로봇개인데 마일스의 오토바이 연료를 필요로 한다. 마일스는 그런 액슬을 밤새 고쳐주고 액슬은 마일스가 위험한 인물이 아님을 인공지능으로 인식하여 이내 이 둘은 친구가 된다.
도망친 액슬을 찾으려고 탐색 드론을 띄운 액슬 제작 개발자들은 이내 마일스와 액슬을 찾아내고 이들은 주인과 개로서 링크되었음을 알게 된다.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액슬의 흥미로운 모습에 이들은 액슬 말고도 마일스까지 데려오려는 계획을 세운다.
로봇 개이면서 완벽히 생물 개처럼 행동하는 액슬과, 액슬을 보호하려는 마일스의 모험. 과연 이들은 무사히 함께 할 수 있을까.
로봇 개 액슬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귀를 쫑긋하거나 오토바이와 함께 달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생물 개와 같지만 이에 대해서 옆구리에서 추진 엔진이 분화하여 공중을 점프하고 레이저 빔으로 AR을 만들고 인식하는 디지털 기능은 로봇 개의 DNA를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인공지능이라는 첨단의 기능으로 은행을 해킹하고 주유소의 연료를 주입하는 등 최첨단 기능들은 로봇이라기보다는 미래 기술의 모든 것을 집약해 놓은 듯하다.
보통은 이런 경우 악당들이 나타나 액슬과 대결을 벌이고 결국은 액슬과 친구들의 승리로 끝날테지만 영화는 그렇게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자잘한 탐색 드론들에게 붙들려 기능을 잃거나 인간의 화염방사기로 시커멓게 불타는 등 기능적 제한을 둔 장면들로 액슬의 로봇 기능을 무력화한다. 그로서 관객에게 액슬에 대한 감정 이입이 쉽게 되고 종내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것.
무지막지한 기능을 갖췄지만 결국 액슬은 한마리의 개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서는 이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액슬은 자신이 만들어진 연구소를 탈출했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았는지 몸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연구소 벽에는 액슬이 긁은 듯한 발톱자국이 깊게 패여있기도 하다.
그래서 액슬은 몸통만 탈출했고 부가적인 공격 전술 기능은 탑재되지 않은 상태인 듯하다. 액슬의 이름은 A – Attack 공격, X – Exploration 정찰, L – Logistics 운송 에서 나온 것인데 공격에는 등 위로 총을 장착할 수 있고 정찰로는 내장된 드론을 날려보낼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하지만 도망친 액슬에게는 개의 모습 자체만 남아서 기능적 한계가 있었다.
영화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마일스와 공중 점프가 가능한 액슬의 흥겨운 한 때를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둘이 한몸처럼 곡예를 벌이는 모습은 다른 어떤 사연을 모두 잊고 그 자체만으로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액슬의 몸을 타고 오르는 오토바이 연기는 왜 마일스가 액슬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듯하다.
그리고 액슬이 만들어진 이유, 액슬의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마지막 장면이 준비되어 있는데 로봇의 운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그것은 영화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아직 매마르지 않은 감성을 되찾은 기쁨일 수도.
액슬의 몸에 붙어서 전자기파로 액슬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듯 한 드론들을 액슬이 물리칠 것으로 기대하면서 응원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는데 그 또한 감정 이입의 성공으로 보여진다. 로봇의 기능보다 개의 모습에 더 방점을 둔 감독의 의도일 수도.
마일스의 여자친구 사라의 의상이 좀 야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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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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