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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영화에 힙합 에너지를! ‘<불가사리> 리부트 김태용 & 윤세영 감독

2019년 6월 11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 고전영화와 음악의 결합, 그 다섯 번째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
- <청춘의 십자로>부터 <불가사리>까지 협업 중인 김태용 & 윤세영 감독
- <불가사리>, 남북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현재에 소구점 커
- 영화적 즐거움과 동시대 최전선 음악 힙합의 결합
- 공동 작업한 오랜 동료가 소중함을 점점 깨닫는 요즘, 장기적으로 이어갈 방법 모색


고전영화와 다양한 음악 장르를 결합해 재창조한 개막작은 무주산골영화제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김태용 감독은 벌써 영화제와 다섯 번째 인연인데 올 개막작으로 북한 영화 <불가사리>를 선정한 이유는. 또 윤세영 감독은 기존 개막작들의 무대 연출에 이어 이번엔 무대는 물론 공동 연출로 영역을 확장했다. 연출하며 중점을 둔 지점은.

김태용 감독(이하 김태용) <불가사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유일한 남북한 합작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납북된 신상옥 감독이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작업하던 중 남한으로 탈출에 성공, 이후 북한의 정건조 감독이 마무리해 완성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설화를 바탕으로 배고픔으로부터 탄생한 괴수를 다룬 우화적 내용인데, 현대에도 소구점이 있으리라 본다.

윤세영 감독(이하 윤세영) 지금까지 김태용 감독님 덕분?에 함께할 수 있었다. (웃음) 개막작 선정의 경우 김태용 감독님이 중추적인 역할하에 의견을 취합해 결정한다. 이후 테크닉적이고 하드웨어적인 것은 대부분 내 몫이다. 영화 스태프 출신이라 처음 무대 연출을 담당했을 때 쉽지 않았는데 점차 적재적소에 전문가를 배치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고 사전 조율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올해는 특히 음향에 신경 썼다.

소구점이라 하면.

김태용 핍박받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민중들이 불가사리의 도움으로 왕을 타도하는 이야기인데 마냥 영웅적이거나 통쾌한 이야기가 아니다. 알다시피 불가사리는 쇠를 먹고 커가는 생명체로 처음에는 손바닥보다 작던 것이 쇠를 먹고 점점 그 몸짓이 커지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존재로 거듭난다. 왕을 쫓아낸 후 그의 먹이를 마련하기 위해 민중들이 또다시 농기구와 살림살이 등을 자발적으로 거둔다. 왕이 전쟁 준비를 위해 그들의 세간을 착취할 때와 유사한 상황이 된다. 아마 그대로 놔둔다면 쇠를 구하기 위해 이웃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될 테니 평화를 지키고 싶은 주인공은 스스로 불가사리와 함께 죽는 것을 택한다. 배고픔에서 태어난 슬픈 괴수, 태생적으로 비극을 간직한 존재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들.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악과 영화의 협업인 개막작을 어떻게 시도하게 된 건가. 듣기로 <청춘의 십자로>(1934)가 시작이었다고 하던데.

김태용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사운드가 제거된 상태의 <청춘의 십자로> 필름을 발견했고, 이후 사운드를 입혀 복원하는 작업을 했다. 우리 프로젝트 1호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윤 감독, 현재 부천영화제에서 활동 중인 모은영 프로그래머,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 그리고 무주영화제 조지훈 프로그래머와 함께 의견을 모아 고전영화와 음악을 접목한 작업이 10년, 무주에서만 5년이 됐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개막작 작업이 1년 중 가장 휴식 같고 신나는 일이다. ‘흥부전’, ‘춘향전’, ‘심청전’ 판소리 3부작에 이어 어떤 작품을 할 지 고민하던 참에 평소 눈여겨보던 <불가사리>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윤세영 작년 개막작은 신상옥 감독의 <효녀심청>(1972)을 일렉트로 펑크밴드 ‘AASSA’ 멤버 성기완이 음악 감독을 맡아 퓨전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이었다. 개인적으로 흥분되는 작업인 게 평소 너무 좋아하는 음악가들과 함께 협업한다는 거다. 이번 음악 감독을 맡은 MC 메타의 경우 우리 세대에겐 정말 영웅? 같은 높은 곳에 있는 분이다. (웃음)

올 개막작인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 (feat. MC 메타)’는 북한 괴수물에 음악은 힙합이다. 지금까지 가장 특색 있는 만남이 아닌가 한다. 왜 힙합인가.

김태용 지금까지 고전 영화에 아주 현대적인 음악을 접목해왔는데 현재의 남북 분위기를 대변할 수 있는 신나는 영화에 <불가사리>가 제격이었다. 힙합과 괴수물이 지닌 에너지가 통할 것 같았거든. 좀 전에 잠시 말했듯 괴수물이 지닌 통쾌함, 태생적으로 지닌 슬픔 그리고 평화를 꿈꾸는 바람 등이 자신의 삶을 리듬과 가사 속에 표현하고 문화가 되는 동시대의 음악인 힙합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불가사리>가 북한 영화로 일본에서 개봉해 크게 히트한 거로 알고 있다. 오늘 개막식에 상영되는 것도 일본 개봉 버전이다.

윤세영 <불가사리>를 검색해 보면 일본 개봉 당시 포스터와 DVD 등 관련 자료가 많다. 제작 당시 일본 특수효과팀이 북한에 가서 찍었다고 들었다. 힙합 장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매우 친근한 음악으로 요즘 십 대 청소년의 장래 희망이 래퍼 아니면 유튜버라고 한다. 그 정도로 청소년에게 깊숙이 자리한 문화다.

김태용 솔직히 개인적으로 낯설 뿐 아니라 세부적으로 들어가니 모르는 게 많더라. 다만 국악과 협업하는 작업을 몇 번 하고 보니 잘하고 못하고가 들리더라. 마찬가지로 이번에 힙합 장르를 접하고 나니 조금이나마 차이를 구분하게 됐다. 우리끼리는 개막작 작업을 이기적인 프로젝트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재즈, 레게 음악, 힙합 등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음악을 공부할 수 있거든.

윤세영 힙합을 잘 모르지만, TV 경연대회인 ‘고등 래퍼’를 즐겨보고, 한때는 ‘주부 래퍼’라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입장에서 개막작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로망의 실현 무대 같은 느낌이다. 잠깐 말했듯 MC 메타는 우리 세대에겐 영웅 같은 분인데 이렇게 인연이 돼 같이 작업하니 말이다. 작년에 협업한 성기완 감독님 역시 그의 첫 영화 콜라보가 우리가 준비한 ‘심청전’이라는 게 아주 기분 좋았다.

상영과 공연이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라 후반 작업을 거치는 영화와는 다른데, (어제) 최종 리허설 현장을 보니 어떻든가. (웃음)

김태용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는데 그건 각자 다를 수 있겠지. 어제 최종 리허설을 보며 느낀 건 재미있다, 신난다, 힘 난다였다. 영화와 음악, 각각으로는 잘 알고 익숙하지만, 콜라보레이션했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아마 직접 보고 느껴야 할 거다.

윤세영 등나무운동장에서 무대를 준비할 때마다 느끼는 게 우리에게 최적인 장소가 아닌가 한다. 정기용 건축가가 군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디자인한 의미 있는 공간으로 일단 기분 좋고 따뜻함이 흐른다. 테크닉적인 면에선 사운드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 좋았다.

개막작을 준비하며 가장 보람찬 혹은 기뻤던 순간과 아, 정말 힘들다 싶은 일을 꼽는다면.

윤세영 예상치 못한 더위 빼고는 힘든 일이 없었다. 테크닉적으로 영화 사운드와 래퍼들이 준비한 MR 음원이 나와야 하는데 라이브성이 강해서 모든 곡을 미리 믹싱해 오지 않는다. 일부는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믹싱해야 해서 본공연까지 계속 연습하는 게 숙제였다. 아무래도 음향이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김태용 말했듯이 이기적인 프로젝트라 (웃음) 개인적으로 즐겁게 작업하는데, 관객도 즐겁게 보는지가 관건이다. 간단히 말하면 영화와 콘서트를 한 공간에서 보는 것인데 이를 낯설게 느끼는 분도 많을 거다. 무대만 아니면 영화만 보고 싶은 분도 있을 텐데 그사이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우리가 할 일 아닌가 한다. 균형이 잘 안 맞으면 고전 영화를 오히려 망친다고 느낄 수 있고, 단순히 고전 영화를 동시대 예술가가 해석하고 전달하는 거로 여겨질 수 있다. 이 작업을 하며 가장 주의하는 지점이다. 이번에 함께한 래퍼 중 한명이 ‘어머니가 감독님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라. 본인은 내 영화를 잘 모르는 거지. 그 이야기를 듣고 아 이렇게 세대가 바뀌었구나 싶으면서 그 자녀 세대와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게 고마웠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김태용 감독님의 경우 <만추>(2012) 이후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너무 뜸한 것 아닌가.(웃음) 또 윤세영 감독님의 경우 좀 전에 말한 ‘주부 래퍼’ 시나리오는 접은 건가. 흥미로울 것 같은데 말이다.

김태용 그간 단편영화와 공연 등 활동을 안 한 건 아니다. (웃음) 장편 상업영화도 준비 중으로 이번까지만 윤 감독이 조연출로 참여해 주기로 했다. 지금 시나리오 개발 중이다.

윤세영 김 감독님 말씀처럼 함께 장편 영화에 들어간다. 그리고 ‘주부 래퍼’ 시나리오의 경우, 주부인 와이프가 시기상조라고 하길래.. 일단 접었다!

마지막 질문! 요즘 주요 관심거리가 무엇인가.

윤세영 음.. 집?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가서.(웃음) 일적으로는 촬영팀부터 시작해 어느덧 십수 년 영화일를 해왔는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라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나를 설레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말이다. 20대가 지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도 따라다니는 질문이다. 물론 일하다 보면 에너지가 충만하기도 기운이 빠지기도 하는데 지금은 잠시 정체된 시기인 것 같다. 김 감독님과 같이 들어가는 장편 영화 끝난 후가 벌써 걱정되기도 하고..(웃음) 지금까지 했던 영화 작업이 마치 출산처럼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만큼의 기쁨도 컸었다. 좋은 멤버와 팀을 이뤄 같이 했고 그 결과물이라 더 의미가 크지만, 아무래도 좀 더 제도적인 뒷받침을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김태용 관심거리라.. 깊게 생각 안 해봤는데 참 중요한 질문이다. 지금 윤 감독의 말을 들으니 오랫동안 같이 일한 사람이 새삼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막작 준비하면서 느낀 게 우리가 모여 무언가를 같이 만든다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지금의 공동 작업을 길게 가져가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지 고민하게 된다. 누군가 사업의 최고이자 유일한 목표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데 그러려면 노력해야겠지! 물론 좋은 영화를 만들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니 영화 내·외적으로 고민이다. 또 소소하지만 영화 만드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무주는 그래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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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무주산골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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