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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꺼풀’의 매력 <돈> 조우진

2019년 3월 20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국가부도의 날> 속 재정부 차관으로 국가의 운명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잇속 챙기기 바빴던 조우진이 <돈>에서 금융감독원 사냥개 ‘한지철’로 변신, 건전한 신념을 집요하게 밀고 나간다. ‘한지철’은 지능화되는 금융 범죄를 좌시하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물로 주식브로커(류준열)와 작전설계자(유지태)의 뒤를 냉정하게 쫓는다.

조우진은 ‘돈’이라는 건 사람 밑에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전보다 돈을 많이 벌게 된 지금 잘 버는 것만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는다고. 찍었던 영화가 있고 그 영화가 개봉을 하고 하루 종일 영화와 연기 이야기를 하는 오늘이 행복하다며 웃는 조우진은 영화의 마지막, 욕망이 극에 달한 순간 부딪친 외꺼풀의 세 남자가 내뿜는 오묘한 매력을 주시하라고 당부한다.


관객 입장에서 <돈>을 보니 어떻든가. 촬영할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오랜만에 등이 좌석에 쫙 들러붙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긴장했고 땀도 좀 흐르더라.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달려가는 느낌이라 좋았다. IPTV, OTT 등 영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쏟아지는 와중에 영화관을 찾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힘을 지닌 것 같다.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가 품고 있는 감정선에 흠뻑 빠지지 않을까 한다.

<돈>이 지닌 힘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극 중 그들이 다루는 돈의 액수가 커지면서 사람의 심리와 행동이 변한다. 화자인 ‘조일현’(류준열)의 머리 스타일과 그 질감 등에서도 느껴진다. 또 ‘번호표’(유지태)와 ‘일현’의 눈매가 계속 바뀌면서 관객을 쪼니 감정이입이 안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중요시 여기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음악이 현란해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인간 군상의 흥망성쇠를 직· 간접으로 지켜보면서 인물마다 돈을 좇는 포인트가 다르니 이에 주목하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초보 브로커 ‘조일현’(류준열)과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는 금융감독원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삼각 구도를 이루는데, 사냥개의 무게가 어딘가 약한 인상이다.
거친 상남자라는 느낌이 아니라 사냥개가 지닌 속성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되 외양을 달리 감으로써 관객이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타 자료를 참고해 나와 비슷하면서 최대한 평범한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금융범죄가 점차 지능화되고 사람 위에 돈이 군림하는 모습을 보며 워커홀릭인 인물이 점점 집요하게 위법 행위를 파헤치다 보니 사냥개라는 별명이 붙은 거지 정말 사냥하고 다니는 인물은 아니지 않나.(웃음) 이를 바득바득 갈며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그런 통상적인 겉모습으로 접근한다면 본질에서 멀어질 수 있겠다 싶었거든. 요즘엔 단순히 외양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내면을 파악하는 관객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바라본 ‘한지철’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극 중 돈을 둘러싼 범죄와 상황에 대해 가장 객관적인 인물이자 정의로운 인물이다. 또 우직하며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지긋이 감정을 누르는 야심가인 번호표와 점점 성장해가는 ‘일현’과 차별화된다.

현실적인 모습이라고 해서 문뜩 떠오르는데, 최근 <마약왕>에서 마약쟁이 조폭 두목으로 전신 문신이라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평범한 인물과 영화적 인물을 연기할 때 차이점이 있는지.
<마약왕>은 문신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해당 캐릭터가 현실적 인물인지 혹은 영화적으로 강하게 극화된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보통 그의 전사를 상상하며 시작한다. 일부러 차별화를 시도하니 오히려 작품에 걸맞지 않은 혹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이상한 인물이 돼 버리는 경우가 있더라. 그래서 그 작품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영화의 특성에 따라 캐릭터의 기본을 구축하는 건 캔버스의 주인인 감독님과 기타 의상과 미술 스태프의 몫이고 나는 주어진 인물을 연기할 뿐이다.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한 류준열 배우와 유지태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극 중 ‘번호표’와 ‘사냥개’가 만나는 장면은 마지막 한 번뿐이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절대 흔들리지 않는 거목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원체 피지컬이 탁월한 점도 이유겠지만 말이다. (웃음) 이후 술자리 하며 느낀 게 나무인 줄 알았더니 산이었다. 정말 어른이구나 싶더라!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신도 대단하고 사회활동도 쉼 없이 하는, 정말 하루를 꽉 채워서 생활하는 배우다.

류준열과는 지금까지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 중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서로의 리액션 등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작품을 아주 진지하게 대하는 배우로 한마디로 ‘한지철’보다 더 집요한 ‘류준열’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상대 배우에게 내 대사나 뉘앙스 등 연기에 대해 의견을 많이 구하는 편인데, 사실 이게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아주 잘 맞았다. 이후 원신연 감독의 <전투>에서 다시 만났는데 정말 호흡이 잘 맞았다. 앞으로 또 같이 하고 싶다.

당신도 언뜻 보기에 꽤 집요할 것 같은데…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노력형인 것 같다.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었다. 물론 조폭이나 마약중독자 등등은 제외하고.(웃음) 이번 ‘한지철’의 경우 그가 지닌 건강한 신념과 집요하게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배울 게 많은 인물이었는데, 실제 나는 빈틈이 많은 편이다.

박누리 감독이 당신을 캐스팅한 이유가 뱀의 눈을 연상시켜서라고 밝힌 바 있는데, 동의하는지? (웃음) 박 감독이 말하길 당신에게 캐스팅 이유를 질문받아 순간 당황해서 그렇게 대답한 거라고 하던데.
감독이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캐릭터에 맞겠다고 생각했는지 혹은 영화 속에서 그린 내 모습을 알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연기의 방향타가 된다고 할까. 사실 감독님께 질문하고 모법 답안을 기다리는 듯한 눈으로 쳐다본 건데, 그게 뱀의 눈처럼 보였나 보다.(웃음) 표정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눈빛이 달라진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박 감독이 요구한 ‘한지철’의 모습은. 혹 당신의 제안으로 보강된 부분이 있나.
극 중 모습 그대로다. 감독님이 정확히 원한 톤이 있었다. 내가 다섯 개 정도 버전을 준비해 갔는데 감독님이 앞서 네 개는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다가 다섯 번째에 이르러 드디어 OK 했었다. 당시 같은 대사를 한 100번 정도 연습해 갔던 것 같다.

‘한지철’이 워커홀릭과 집요함이 결합된 인물로 이혼남이라는 설정인데,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딸과의 대화 중 한마디만 넣자고 제안했었다. 기억날지 모르겠는데, 극 중 “그런 건 네 새아빠한테 사달라고 해” 이 대사다. 캐릭터가 지닌 고유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객이 ‘한지철’을 이해하는 데 득이면 득이 되지 해가 되진 않을 것 같았거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소소하게 다듬는 게 영화 하면서 보람 있는 작업 중 하나다.

당신이 생각하는 <돈>의 매력 포인트 혹은 명장면을 꼽는다면.
맨 마지막에 세 남자(조우진, 류준열, 유지태)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욕망이 극에 달한 순간 부딪친 외꺼풀의 세 남자! 장르적 쾌감은 물론 안면 근육의 움직임과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인물 톤의 변화 등등 어딘가 오묘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여기서 핵심은 ‘외꺼풀’이다. 하하

여의도 증권가를 무대로 하는데 평소 주식 투자를 하는지. 혹은 영화 준비를 위해 주식 공부를 시도했나.
원래 전혀 안 하고 연기를 위해 공부를 조금 해봤는데 역시 내 분야가 아니었다. 너무 어렵고 앞으로도 자신 없다. 내가 일단 돈의 흐름을 읽을 줄 모른다.

‘돈’은 영화의 소재이자 인간에게 있어 영원한 화두라 할 수 있는데, 당신에게 ‘돈’은 무엇인가.
월세와 밥값 걱정했던 시절이 있었고, 연극할 때는 갹출 좀 안 하고 맛있는 것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세월을 지나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지금 생각해보면 돈이 없는 건 당연히 힘들지만, 사람이 없는 게 더 힘들다는 거다. 예나 지금이나 돈은 사람 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 돼서는 안 된다. 가정을 이룬 후 더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잘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많이 벌수록 그만큼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데, 미처 몰랐던 기쁨이 있더라.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작품에 나 자신이 설득돼야 한다. 내가 먼저 공감해야 극에 이입하고 열심히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함께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이번 <돈>을 제작한 팀과는 전작 <보안관>(2016)에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어 아주 편하게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인생에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긴다는 건 배우로서 기쁜 일인데 그런 면에서 <돈> 역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내부자들>(2015)의 ‘조상무’로 강렬하게 눈도장 찍은 후 <강철비>(2017)에서는 북한 최정예 요원으로 초인간급 액션을, 최근작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재정부 차관으로 점차 조역에서 주연으로 자리바꿈한 모양새다.
기회가 주어지면 충실히 하는 것일 뿐, ‘주연이 돼 야지’라는 상상과 포부와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그런 장을 마련하는 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 몫이 아닌 것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주어진 대로 열심히… 그 초심을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게 내 몫이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검토 중인 게 있는데, 아직 확정이 안 됐다. 촬영을 끝낸 <전투>가 아마 여름에 개봉할 것 같다.

최근 행복한 일을 꼽는다면.
오늘이 어제와 같아서 좋다. 촬영한 영화가 있고 그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개봉에 따라 이렇게 인터뷰하는 지금이 좋다. 하루 종일 영화와 연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오늘이 너무 값지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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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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