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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직면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숨바꼭질> 문정희

2013년 9월 1일 일요일 | 서정환 기자

영화는 어땠나요?
구멍이 많았어요. 개연성 이야기 많이 하는데, 기본적으로 구멍을 메웠으면 좀 더 탄탄하고 스피디했을 거란 아쉬움이 있죠. 스릴러영화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본능이 논리와 이성으로 딱 맞닿지 않으면 불편해요. 분명 장점이 있고 구멍도 있고, 그건 제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손현주씨가 기자간담회에서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며 극찬을 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생각지 못한 허점이 보이다보니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잘 안 나온 건지, 아니면 시나리오부터 허점이 있었던 건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맹점인 것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저 스스로 스피드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시나리오는 자기 스스로 속도를 정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시각화되는지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보잖아요. 실제로 나왔을 때보다 빠르니까 이런 구조는 용서가 된다는 게 있어요. 냉정하게 구조 자체가 말도 안 돼, 이런 부분이 영화를 볼 때 훨씬 더 느껴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이야기하죠. 시나리오 볼 때는 왜 몰랐어? (웃음)

보자마자 한마디 단평에 덜컹거린다고 언급했지만, 몰입하는데 있어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 기사 쓰셨군요?

영화를 보고 난 후 복기해보면 느껴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르영화에서 그리 중요하게 평가하는 부분은 아니거든요.
사회적 이슈는 나중에 나오는 질문이지, 상업영화나 오락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이 영화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촬영을 할 때는 감독, 배우들과 합을 잘 맞춰서 최선을 다하는 것. 후반 작업은 스탭들이 완성도 있게 만드는 연출의 몫이 큰 부분. 홍보는 제가 포함되어서 관객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도록 판을 까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서 처음과 끝을 제가 담당하는 거죠. 영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잖아요. 솔직히 단점은 인정하고 장점을 잘 부각시키는 게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렇다고 제가 영화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비판하는 게 아니라 비평하는 거죠. 저도 연기를 했기 때문에 계속 걸려요. 왜 이렇게 나왔을까, 이러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장점들을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주희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제가 봐도 그래요(웃음).
그죠? 그 역할이 탐날만해요(웃음).

특히나 어떤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는지 궁금해요.
어떤 역할들이 들어오면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아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거기서부터 시작하지만 ‘어떻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여기서도 엄마이기는 해요. 개성이 있어야하는데 주희는 모든 면에서 전무후무한 역할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들어 이런 가해자가 없었고, 스릴러에 막가는 액션 역할이잖아요. 전사도 뭔가 궁금하게 만들고요. 여러 가지 매력들이 저를 끌기에 충분했던 것 같아요. 그 후에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해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해야 했어요. 전에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제가 되려 김미희 대표님이나 감독님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주희는 매력적인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인거죠. 저에게 들어온 역할은 주희가 아니었거든요. 이 역할을 해내는 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생할법한 역할이지만 희소가치가 있다는 게 매력적이긴 했죠.

매력적인 것과 소화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잖아요. 소화할 수 있느냐의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스스로 계산이 선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한다는 이야기를 안했을 것 같아요.

계산이 서지 않아도 너무 하고 싶으면 욕심을 부려볼 수 있잖아요.
그러다 망치면 어떡해요.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래서 계산을 분명히 하긴 했어요. 이틀 정도 시간이 있었어요. 주희는 누가 하냐고 물었더니 덩치도 좀 있고 그런 장소에 살법한 비호감 연기가 되는 배우를 찾으신데요. 남자를 힘으로 제압할만한 덩치를 찾으신다는 거예요. ‘그건 너무 금방 범인이 드러나요. 흥미로운 선택이 아니에요’하면서 설득을 했죠(웃음). 뭔가 약간 이상하고, 피해의식이 많고, 열등감이 많아서 꼬여있는 여자. 그런 것들이 전부터 쌓여있어서 이웃집 아줌마인 것 같지만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나중에 주희의 정체가 드러나도 돌이켜봤을 때 어색하지 않아야하는데, 내가 평범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몸도 퉁퉁하게 만들고, 얼굴도 평범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 드렸는데 반신반의하셨어요. 제가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면서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립스틱 색깔 하나까지 다 관여했어요. 못미더워하니까요.

그렇다면 계산속의 주희는 어떤 캐릭터였나요?
악한 모습, 못된 모습들은 사람들이 많이 실패하더라고요. 나쁜 모습을 나쁘게 연기하려고하면 정당성이 잘 부여되지 않더라고요. 이 여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집착 때문에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그렇게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았어요. 집착이 많으면 몰두할 수 있잖아요. 관객들에게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쫓아가는 사람이 무섭게 느껴진다는 느낌으로 어떻게든 열심히 쫓아가고 몰입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거를 차지하고 싶어, 아이들을 잡고 싶어, 저 남자를 때리고 싶어, 라는 욕구가 주희를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희는 철저히 피해자거든요. 그렇게 설득을 계속 한 거예요. 결국 문제는 비주얼인데, 그건 되레 걱정을 많이 안했어요. 앞부분을 디테일하게 설정하면 뒷부분은 잘 살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감독님과 전사를 많이 이야기하면서 주희를 풍성하게 만들었어요. 생각보다 주희는 보이는 게 많이 없거든요. 편집됐지만 주희가 노숙하는 몽타주 신이 있어요. 숨어 있다가 퍽치기로 할아버지들 주머니 털고 근근이 살아가는 여자, 그게 출발점이었어요.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을 테고 나중에는 죄책감 없이 살인까지 발전했을 것 같고요. 안락함이 전혀 보장이 안 되잖아요. 의식주가 해결이 안 되니까 이를 위한 원초적 본능 때문에 어떻게든 내 것을 만들고 싶고,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으로 주희가 시작됐을 것 같아요. 몸도 함부로 놀렸을 수도 있고, 아이도 그냥 생겼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아이는 주어다 길렀을 수도 있어요. 집착의 산물처럼 무엇이든 수집함으로 해서 편집광적인 면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설정을 한 거죠. 피부도 다 텄잖아요. 눈도 비대칭이고. 뭔가 꼬여있는 여자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제 안에도 꼬인 게 정말 많아요(웃음). 그러니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계산이 섰죠.

결과적으로 성공한 거네요(웃음).
나중에는 대표님도 좋아하셨어요. 감독님도 저를 많이 의지하고, 제게 많이 상의하고 해서 재밌었어요. 촬영할 때는 문제없이 갈 수 있었어요.
주희는 일단 외적 설정이 초반에 강렬하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피부는 검고, 살은 트고, 말투는 더듬고, 시선은 불안한 게 마치 눈치를 보는 것 같고. 현장에서 촬영을 하면서 계산한 것보다 더 디테일 한 것들이 추가됐을 것 같아요. 그렇게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을 듣고 싶네요.
처음 찍은 신이 성수 가족을 아파트로 모시고 가는 문 앞 장면이었거든요. 그때까지 감독님도 주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했어요. 제 머릿속에만 있었던 사람이니까요. 저는 뭔가 힘이 있거나 에너지가 있는 사람 앞에서 쫄아요. 똑똑한 척 하더니 나도 모르게 말도 더듬고요.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이거든요. 뭔가 숨겨야할 때 나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봤어요. 평소보다 말이 빨라질 테고, 학력이 높지도 않으니 뭔가 언뜻언뜻 더듬을 테고요. 자기 자랑을 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술술 나올지 모르지만, 욕구가 드러날 때는 복선을 깔고 싶었어요. 제 욕심은 그랬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눈을 맞추는 위치가 눈을 보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을 보는 것으로 해야 할 것 같았고요. 어떻게! 갑자기 옥의 티가 생각났네. 과일을 깎을 때 칼을 왼손으로 들어요. 제가 왼손잡이거든요. 그런데 방망이는 오른손으로 들었네. 양손잡이라고 해야겠다(일동 폭소). 사실 그런 디테일들을 살리고 싶었어요. 아파트에 들어와서의 신들은 대게 처음 하는 장면들이라 저에게 감독님이 많이 맡긴 것 같아요. 현장에서 현장 편집으로 따로 콘티를 넣어서 디테일한 것들을 잡아갔고, 처음 주희를 보고 감독님이 마음을 놓으셨어요. 그렇게 발전시켜갔어요.

주희의 정체를 어느 정도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지 고민은 없었나요? 주희의 정체를 결과적으로 알고 보면 초반의 그런 설정들이 잘 맞아떨어지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주희가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뭔가 뒤에 숨겨진 것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잖아요. 주희가 맥거핀이라면 최대한 관객들을 속이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맞겠지만, 복선을 깔면서도 최대한 숨기고 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분명 생각했어요. 그것도 계산이 필요했던 거죠. 저도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몰랐거든요. 주희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거짓말인척 해야 되는 건지, 진짜로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건지. 저는 당위성을 피해의식으로 막은 거죠. 나중에 어떻게 볼지는 관객들의 몫이지만, 어찌됐건 저는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집을 뺏길까봐 두려움에 커피 잔을 떨어뜨리고, 피해를 막기 위한 거짓말로 설정했어요. 그 부분은 적어도 절실하게 가야됐어요.

주희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굉장히 수다스러워지면서 말 더듬는 것도 없어져요. 그런 인물의 다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디테일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성수 가족과 집에서의 장면은 나름 정성을 들였어요(웃음). 주희를 보여줄 타이밍이 많이 없어요. 집에서의 주희 모습이 전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별거 아닌 말투, 동작, 눈빛, 스피드도 거기서 변화를 주지 않으면 내가 캐릭터를 보여줄 때가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고 그게 거짓말은 아니고 되게 절실했으면 좋겠고, 그런 하나하나가 주희의 정체가 밝혀지고 역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여자였구나, 라는 상징 같은 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희의 정체가 드러난 후부터의 변화는 어느 정도 선까지 표출해야했을까, 이 부분이 가장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그 질문 안하면 제 입으로 얘기하거든요. 그 부분이 저는 걸렸기 때문에 제가 만약 인터뷰어라면 그 질문을 꼭 했을 것 같아요. 수위에 대한 부분도 사실 성수네 집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었어요. 주희의 타깃은 다른 집이에요. 성수네 아파트 2층에 혼자 사는 남자가 타깃이었어요. 죽이는 과정이 사실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서 주희로 짠하고 관객들에게 나왔을 때 제 계산은 100중에 60정도였어요. 최대한 멋있게 보이려했지만 촌스러울 수밖에 없는 주희의 모습이고, 그것을 누릴 수 있었던 건 2층 남자를 처치한 다음이었어요. 촬영은 했는데 편집에서 그 부분이 다 없어진 게 전 아쉬워요. 60에서 100으로 가는 과정이 사라졌으니 너무 안타까운 거죠. 성수 집에서 처음부터 100으로 나온 게 좀 부담스러웠어요. 주희가 너무 달려가더라고요. 다짜고짜 무작정. 감독님한테 이야기했는데 말이 안돼서 뺐대요. 저만 캐릭터를 살릴 수는 없는 거니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거죠.
초반부터 세밀한 디테일을 심으며 캐릭터를 표현했기에,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분명 100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경계할 거라 생각했지만 100에 가깝게 보여 질문을 했던 거였어요.
100으로 봐야 해요.

그렇다면 100은 어떻게 표출한 건가요?
악당이라는 생각은 아예 안했어요. 무조건 내 거를 차지하기 위해, 더 이상은 뒤로 물러날 수 없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마음으로 갔어요. 광기? 그건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순간순간 본능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단평의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표현은 주희 때문이었어요. 어떤 슬래셔의 살인마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광기나 섬뜩함이 묻어났거든요. 개연성 없는 설정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손현주씨의 열연에 비해 성수 캐릭터는 피해자임에도 다가오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주희는 더 극으로 치닫는 면이 많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조절들이 잘 된 것 같아요. 다른 매체 기자들의 단평을 받아도 문정희씨 칭찬이 가장 많았거든요.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현장에서 모니터를 못 했어요. 기술적 부분을 이야기하느라 광기는 놓친 건 아니지만 계산속에 흐지부지였어요. 왜냐면 설명하거나 계산을 할 수가 없었어요. 어디에 푹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아이들이 차 안에 있을 때 설득해보려고 할 때와 순간 완전히 돌았을 때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변화된 지점이 보여요. 분명 사전에 계산은 있었겠지만, 연기하는 순간에는 계산에 의해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때는 계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계산은 집에서 하고(웃음), 현장에서는 같이 돌아야죠. 카메라도 돌고(웃음).

몰입해서 한다고 하지만, 분명 그 상황들이 겪었던 일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표출됐을 때 정확한 포인트에서 정확한 감정 변화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 참 놀라운 일이에요.
그러게요. 재밌네요(웃음).

물론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배우로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저도 잘 몰라요.
그동안 강단 있고 억척스러운 역할도 많이 했잖아요. 그때와는 또 다르게, 문정희라는 배우에게 저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수 있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모르겠어요.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진짜 모르겠네요. 계산은 집에서 했는데 현장에서는 본능인 것 같아요. 어느 수위까지 계산을 하면 거기까지 가야하는 것 같아요. 안가면 불편한 것 같아요. 그게 계산이고 나머지는 본능인데, 그 감각은 언제부터 어떻게 잘 길러졌다 이야기할 순 없을 것 같고요(웃음).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이 캐릭터는 이 정도 에너지까지 분출할 것 같은 거예요. 계산이 없는 건 아니고 생각은 하죠. 막상 연기할 때 에너지는 본능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일상에서 그런 에너지를 내보일 일이 뭐가 있겠어요(웃음).

그렇겠죠. 이렇게 여릿여릿한 분이(웃음).
그렇죠(웃음). 사실 저도 그게 고민이었는데,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과 차이가 있거든요. 분명 상상이나 소설을 읽으면서 그 정도 에너지일 거야 생각하면 그것만큼 가야하는 거죠. 직업이니까. 그래서 됐겠죠. 한 번도 그런 에너지를 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작품에서 강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캐릭터를 봤을 때, ‘어떻게 저런 에너지를 표출하지? 난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은 해본 적이 없나요?
멋지다는 생각은 했고, 내가 하면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질문은 있었어요. 하지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한 적은 없었어요. 계산이 되면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해요. 해보면 되는 거죠. 안되는 게 어디 있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웃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말이네요. 한계를 두지 않는 것.
산을 올라가도 어디가 힘들고 어디서 조심해야하고 계산을 하잖아요. 못 오를 생각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등산하면서 이런 생각 많이 들어요. 올라가면서 아무 생각 할 수 없고, 내 체력이 이거밖에 안되나, 하면서 가긴 가는데요, 그래도 그냥 해보는 거죠. 한계는 그 상황에 있는 자에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저와는 너무 다르네요. 이제는 한계를 넘어서야 될 일이 생기면 안 맡거든요(웃음). 점점 편하게 할 수 있는 걸 찾게 되고 도전을 안 하게 되죠. 너무 안일하게 사는구나, 반성도 하게 되고 열정도 느끼게 되네요.
기본적으로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아요.

그렇게 보여요.
좋아서, 안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는 거예요(웃음). 한번 해보는 거죠. 나중에 배우 문정희를 알아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게 목표가 되는 게 시시해요. 제가 아주 즐겁고 재밌으면 좋겠어요. 죽는 것도 겪어보지 않은 한계잖아요. 언젠가 저한테 있을 일이고 현실인데, 그런 의미로 연기에 있어 어려움이나 이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해보는 거죠. 사실 소심해요. 하지만 저는 사는 게 연기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치열하고, 고독하고, 오래 걸리고, 지루하고, 되게 짜증나고요. 그래서 할 수 있고 하게 되는 연기, 이 일이 너무 재밌어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잘해야 된다는 게 연기 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모든 관계,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서 영화가 제게는 또 다른 추억이지만 같이 일했던 스탭들도 저에게는 추억이거든요(웃음).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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