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않아
Secret Zoo,2019

영화에 불가능이란 없다. 가령 외계인과 우주괴물 같은 것들은 결코 우리가 현실에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 이상의 것들도 만들어내곤 한다. 물론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외계인이 진짜 외계인의 모습에 가까운지도 알 길이 없다. 이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어느 정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피드백을 통해 수정도 해가면서.

하지만 아무리 허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억지스러움이 지나치면 관객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동물 탈을 뒤집어쓰고 동물인 척 흉내 내는 것은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탈을 뒤집어쓰는 것과 동물처럼 연기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뤄져야만 보는 이들도 진짜처럼 믿게 될 것이다.

영화 해치지않아는 이 부분을 많이 간과한 채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만일 고대표(김기천)에게 미리 만들어놓은 정교한 동물 탈이 있었다고 한다면, 혹은 그것이 진짜 동물의 가죽을 벗겨서 만든 탈이었다고 한다면 관객들의 눈마저도 속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기꾼 이미지의 고대표가 2주 안에 만들어낸 가짜 탈을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그저 안타까워 보일 수밖엔 없었다. 우린 이미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결국 이는 설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대표를 미치광이 천재 정도로 설정해뒀다면, 그래서 탈이 진짜처럼 느껴진다는 대사를 쳐줬다면 보는 이들도 진짜라고 속은 채로 영화를 봤을 것이다. 물론 동물 탈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사기를 쳐야 할 대상이 동물원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관 관객들도 포함된다는 것이니까! 그러나 영화는 그런 디테일보다는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 대한 심정을 인간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에만 집중을 한 것 같다.

태수(안재홍)의 관심은 오직 변호사로 성공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친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온다. 동물원을 자신의 출세도구로 이용하려던 그가 동물원에서 만난 동료들에 의해, 결국 동료들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전체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를 위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었겠으나 영화는 매우 심플하게 흘러간다. 동물원 외부의 인물들을 적으로 설정하며, 외부에서 온 태수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만 해경(전여빈)과 성민(장승조)의 관계는 조금 어정쩡하게 끝나버린 것 같으며 성민을 향한 건욱의 복수(김성오)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살짝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해경의 마음을 얻은 것이 최고의 복수일 수는 있을지라도 김성오라는 배우가 지닌 매력을 과연 제대로 잘 살린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는 해경을 연기한 전여빈 역시도 마찬가지다. 나무늘보 특유의 움직임을 이용해 웃음을 주긴 했지만 그녀의 역할은 성민에게 당하고 건욱과 맺어지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여주인공 소원을 연기한 강소라 역시도 몇 번의 욕설을 제외하곤 큰 활약이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맡은 포지션을 나름 잘 소화했다고 본다. 물론 이 영화는 오히려 조연들이 타이밍에 맞게 치고 빠지면서 지루함 없이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특히 황대표를 연기한 박혁권이 그 중심을 잘 잡았던 것 같다. 악역이면서도 뭔가 살짝 어설픈 듯 보이는 그 특유의 매력이 아주 잘 살아있었던 것 같다.

극한직업이나 엑시트의 성공이 해치지않아와 같은 코믹영화에도 기대감을 줬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가 그만큼 소재가 좋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이 앞서 지적했던 설정의 문제 때문인지 혹은 소재의 불호 때문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차라리 손재곤 감독의 다른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이나 이층의 악당과 같은 코믹 스릴러물이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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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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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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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손재곤배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상오, 전여빈, 박혁권 장르: 코미디등급: 12세 관람가시간: 117분 개봉: 1월 15일 간단평대형 로펌 근무를 꿈꾸는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는 대표(박혁권)에게 제안을 받는다. 망해가는 동물원 동산파크의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리면 회사 정규 변호사 자리를 내어주겠다는 것. 동산파크 새 원장으로 부임한 ‘태수’는 고심 끝에 전임 원장(박영규)과 직원들(강소라, 전여빈, 김성오)에게 동물 탈을 쓰고 손님을 끌어모으자는 특별한(?) 제안을 건넨다. 만성 적자로 있던 동물마저 팔려나가는 현실을 직시한 직원들은 결국 북극곰, 기린, 사자, 나무늘보, 고릴라 탈을 쓰고 관람객 앞에 나선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 직접 북극곰 탈을 쓴 ‘태수’가 갈증을 참지 못하고 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SNS로 퍼져 나가면서 동산파크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게 된다. 막대한 입장료를 거두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태수와 직원들은 뛸 듯이 기뻐하지만 내심 불안하다. 직원들은 언제까지 들키지 않고 동물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태수’는 결국 번듯한 로펌의 정규 변호사 자리를 얻게 될까? 동물 탈을 뒤집어쓴다는 허무맹랑한 설정에도 <해치지않아>에 무리 없이 빠져들 수 있는 건 주인공이 드러내는 인간적인 고민이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정규직 일자리 고민, 딸 유학자금 충당, 애달픈 짝사랑과 감정적 상처들, 동물을 향한 죄책감까지 누구든 공감할 법한 사연이 ‘동물 탈’과 오묘한 화학작용을 벌이며 선한 웃음을 빚어낸다. 모처럼 영화에 출연한 박영규의 코믹 연기도 반가운 요소다. 고릴라를 연기한 김성오의 ‘편의점 활약’은 영화를 본 사람만 아는 웃음꽃 피는 대목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을 연출한 손재곤 감독의 신작이다.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